"손주 살리려 매일 립스틱"…집 팔고 라이브 방송하는 75세 할아버지

SCMP 갈무리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희귀 난치병을 앓는 손자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70대 할아버지가 밤마다 화장품을 바르며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에 사는 주윈창(75) 씨는 낮에는 아홉 살 손자 차오징옌을 돌보고 밤이 되면 화장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은 자정이 넘도록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아내도 곁에서 밤을 지새운다.

방송 화면에는 립스틱을 팔에 발라 색상을 비교하거나 서툰 손길로 직접 메이크업하는 주 씨의 모습이 담긴다. 딸 주웨이 씨는 "아버지가 오히려 저보다 화장을 더 잘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 씨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손자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손자 징옌은 생후 6개월 무렵 척수성 근위축증(SMA) 진단을 받았다. 이는 척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돼 근력이 점차 약해지고 호흡 기능까지 떨어지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징옌은 가장 중증인 SMA 1형으로 진단됐고 당시 의사는 "18개월 이상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딸은 큰 충격을 받아 일상을 이어가지 못했다.

주 씨는 "외동딸이 무너지면 우리 가족 전체가 무너질 것 같았다"며 직접 손자를 돌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역 어린이병원 재활치료실을 찾아 다른 환자 보호자인 척하며 치료사들의 마사지 방법을 배웠다.

기술을 익힌 뒤에는 매일 손자의 재활 마사지를 직접 해주고 있다. 몸이 아픈 날에도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여러 겹 쓰고 마사지를 거르지 않았다.

2019년 중국에서 SMA 치료제 누시네르센 사용이 승인되면서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당시 약값은 1회 약 70만 위안(약 1억 5900만 원)에 달했고 징옌은 1년에 두 차례 주사를 맞아야 했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 씨는 살던 집을 팔았고 친척들에게 돈까지 빌렸다.

딸은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저녁에는 라이브 방송을 했다. 하지만 70대인 주 씨에게 광고를 맡기는 업체는 없었고, 결국 딸이 구입한 화장품으로 직접 뷰티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다행히 2021년부터 해당 치료제가 중국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치료비는 1회 3만 3000위안(약 750만 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아홉 살이 된 징옌은 몸 상태가 좋은 날에는 학교에 가 친구들과 공부하고 뛰어놀기도 한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는 매일 온라인 강사에게 레슨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할아버지에게 "커서 산둥성 칭다오의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주 씨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딸 주웨이 씨는 "아버지는 항상 등에 슈퍼 엔진을 달고 사는 사람 같다"며 "우리 가족의 슈퍼맨이자 최고의 아버지, 최고의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주 씨는 "내 소원은 손자가 언젠가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아버지의 사랑은 산과 같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줬다", "세상에서 가족만큼 소중한 인연은 없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