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을 친자식처럼"…생일 챙기고 식당서 '아기 의자' 요청하는 Z세대

(SCMP 갈무리)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중국의 Z세대(2000년대생) 여성들이 솜인형을 친자식처럼 키우며 '고통 없는 모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육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러한 인형 돌보기 열풍은 인형의 생일을 훠궈 식당에서 축하하고 값비싼 옷을 사주고 심지어 함께 휴가를 가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트렌드는 2023년 10월 한 여성이 자신이 만든 솜인형을 유명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에 가져갔다가 '하이디라오는 솜인형 소유자를 차별하는 걸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주목받았다.

그녀는 게시글에서 인형을 위한 아기 의자를 요청했는데 직원들이 놀라고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녀는 하이디라오가 최고의 서비스로 유명하지만 자신이 방문했을 당시 직원들이 음식 주문을 놓치고 물을 채워주지 않았으며, 인형들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를 거듭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하이디라오가 솜인형의 생일을 축하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전국적인 논쟁으로 번졌다.

이러한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람은 "인형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 하이디라오 직원들은 정말 한계에 몰린 것 같다. 인형에게 마치 사람처럼 말을 걸다니"라며 믿기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인형 애호가들은 반발했다. 한 누리꾼은 "우리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거나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다. 왜 비난받아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이 열풍은 2015년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의 팬들이 멤버 첸을 모델로 한 인형을 콘서트에 가져간 것에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 전역에 팬들이 직접 만든 아이돌 인형이 열풍이 불었고, 결국 중국에서는 틈새시장으로 발전했다.

2018년경에는 면 인형이 크게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인형과 비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인형으로 나뉘었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인형은 유명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본떠 만든 반면 비실존 인물 인형은 실존 인물이나 가상의 인물을 참고하지 않고 디자이너가 창작한 인형이다.

인형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인형을 구매하고 돌보는 사람들을 '인형 엄마'라고 부른다. 또 주문한 인형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나 또 임신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본 인형을 선물 받는 것은 '인형 키우기'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인형 엄마들은 인형에게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해주고 가발로 머리 스타일을 바꿔주고 심지어 인형의 영상으로 찍거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인형을 데리고 햇볕을 쬐거나 구경하러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기본적인 면 인형은 40~100위안(약 8400~2만 1000원) 정도면 살 수 있지만 진짜 비용은 액세서리에 들어간다. 대부분 젊은 여성인 '인형 엄마'들은 봉제 인형 친구들을 위해 옷, 가발, 신발, 소품 등에 수천 위안을 쓴다.

쑨싱싱은 한때 자신이 좋아하는 중국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본뜬 인형 3개를 사느라 700위안(14만 7600원) 이상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아이돌을 너무 멀리 있는 존재처럼 느낀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을 닮은 인형이 있으니 매일 보고 만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제미안뉴스에 따르면 중국의 면인형 시장은 2023년 100억 위안(약 2조 1099억 원)을 넘어섰으며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1%의 복합 성장률을 기록했다. 해당 시장은 2025년까지 150억 위안(약 3조 1639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 1인당 평균 8.73개의 인형을 소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류와 소품 등 액세서리 시장은 인형 자체 가격의 3배까지 성장했다.

한 인형 애호가는 "저는 제 인형을 자식처럼 생각한다"라며 "대부분의 수집가 그렇다. 저는 평소에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데도 집에서 인형 사진을 찍곤 한다"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인형 옷을 살 때는 제 옷을 살 때보다 더 신중하게 결정한다. 삶은 스트레스투성이지만 인형은 제게 위안이 되는 존재다", "솔직히 말해서 솜인형 키우는 것도 아동 보조금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저 작은 인형 옷들이 제 옷보다 더 비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