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결산-세계정치]거래가 규범 대체…트럼프가 흔든 국제질서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동맹에도 무차별 압박…'대서양 동맹' 붕괴
우크라전·가자전쟁 등도 양상 바뀌어…이스라엘 중동 군사공격 확대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과 함께 미국의 철저한 실리주의에 기반해 기존의 국제 질서가 재구성되고, 새로운 '힘의 지도'가 그려진 격변의 한 해였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동맹과의 신뢰가 훼손되고 인권과 민주주의 등 국제 규범이 약화하면서 더욱 불안정한 다극화 시대가 열렸다.
우선, 미국 외교의 축은 '자유주의 질서 수호'에서 '거래 및 국익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과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다시 내세우며 관세를 핵심 외교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관세는 무역 불균형 시정이 아니라 동맹 압박, 이민 통제, 심지어 타국 내 정치 사안까지 관철하는 수단이 됐다. 이에 따라 세계는 언제, 어떤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빠졌다.
동맹 관계에서도 '공정함'을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워, 미국의 선의를 이용한 무임승차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은 붕괴됐다. 미국은 한·일 등 동맹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공개 요구했고, 지역 안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부여했다.
미·중 경쟁은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자원 패권전쟁으로 확장됐다.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 전략 기술에 대한 대중 봉쇄를 강화했고,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구조적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각국은 효율보다 안보를 우선하며 자국 생산, 동맹 중심 공급망, 광물 확보 경쟁에 나섰다. 세계화는 후퇴하고 블록화가 가속됐다.
지난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희토류 통제를 유예하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전문가들은 이 불안한 휴전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 내부 분열을 노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전황 우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했다. 8월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은 평화는 얻지 못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국제사회 중심으로 복귀시키는 계기만 됐고, 이는 유럽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영국·프랑스·독일은 미국과 거리를 두며 독자적 종전 구상을 모색했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은 뚜렷해졌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전쟁은 침략에 대한 국제적 응징이었지만, 트럼프 시대에선 비용 대비 실익이 없는 분쟁으로 규정됐다.
팔레스타인 가자 전쟁 양상도 바뀌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휴전 압박이나 인권 문제 제기를 최소화하며 이스라엘의 군사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했다. 그 결과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작전은 장기화했고 민간인 피해는 급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뿐 아니라 이란 핵시설까지 공격하며 분쟁을 중동 전역으로 확장했다. 이는 미국이 억제자 역할을 수행하던 과거와 뚜렷이 대비된다. 미국의 중재는 단기 휴전을 이끌어냈지만, 근본적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동아시아에서도 긴장이 고조됐다. 일본에서는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등장해 한국과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관계 개선에 나섰으나, 중국과는 정면충돌했다.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은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번졌고, 역내 안보 불안은 심화했다.
반면, 질서 붕괴 속에서 예상 밖의 변화도 나타났다. 중동의 오랜 숙제였던 '악의 축' 시리아는 아사드 독재 정권 붕괴 이후 과도정부를 세우며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과거 테러리스트로 수배되었던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11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악수하는 모습은 2025년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이 되는 대전환의 시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브라질 법원은 대선 패배 후 쿠데타를 선동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헤이그로 인도해 반인도적 범죄를 단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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