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계를 뒤흔들다…중동·우크라 포성[뉴스1 선정 국제 10대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에 대해 연설을 하며 한국 25% 등 세계 각국에 부과될 상호 관세율을 설명하고 있다. 2025.04.03 ⓒ AFP=뉴스1 ⓒ News1

지구촌은 2025년에도 여러 비극적인 소식들이 이어지며 어두운 한 해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자비한 관세전쟁 개시로 각국은 몸서리를 쳤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폭주로 중동의 긴장의 최고조로 치달았다.

4년째를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은 미국 사회에서 깊은 분열과 충돌을 불러일으켰다.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며 슬픔을 남겼고, 일본에선 근대 정치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경제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희망가가 흘러넘쳤다. 미국 증시는 연초의 우려를 딛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로 올해를 마무리할 태세다.

돌아온 트럼프에 쩔쩔 맨 세계…관세 휘두르며 내정간섭도 불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 시작된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했다. "더 이상 우리가 이용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은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흔드는 일방주의 외교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4월 초엔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투하해 글로벌 무역질서에 큰 충격을 줬다. 당초 명분이던 무역 적자 시정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관세가 도구화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됐다. 7월엔 브라질 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석방 문제를 이유로 브라질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도 했다. 이민 통제, 동맹 압박 등 여러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세가 활용됐다.

'힘의 외교'는 노골적인 내정 간섭 논란도 낳았다. 이스라엘 사법부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비리 재판 중단을 요구해 사법절차 개입 비판을 받았다. 남아공의 인종·토지 정책을 공개 비난하며 내년 미국이 주최하는 주요 20개국(G20) 행사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SS)엔 반이민 및 반유럽연합(EU) 성향 정당 지원 의도까지 명시됐다.

한 국가의 핵심 인프라와 주권을 둘러싼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선언했고,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심지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언급해 민심의 반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이고 일방적인 압박 외교가 재가동되면서 각국은 어느 순간 어떤 분야에서 불똥이 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새로운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었다.

미중 무역전쟁 재발에 세계 초긴장…공급망 혼란에 자구책 분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만나 회담하기 전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2025.10.3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미·중 무역갈등이 재차 격화되며 세계 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된 한해였다.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각국에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대중 관세 전면 재검토에 나서자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됐다.

미국은 '기술·자본 봉쇄'로 중국은 '자원·시장'으로 압박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전략 산업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포함해 반도체·AI·양자·배터리 등 전략 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은 사실상 공급망을 독점해 온 희토류를 비롯해 흑연·갈륨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미국 기업 대상 반독점·국가안보 조사를 개시했다. 또 미국 농가를 겨냥해 대두 수입을 중단하는 한편 일부 미국산 농산물과 소비재에 대한 보복 관세도 부과했다.

양국의 맞대응은 전 세계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특히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원자재·부품 공급 불안을 키웠고,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서둘러 공급망 다변화와 재고 확보, 자국 생산 강화, 동맹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일본·호주와 '핵심 광물·희토류 공급망 프레임워크'를 출범하는 등 동맹국 위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집중됐던 핵심 부품과 소재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복귀시키거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분산하는 한편 해외 광산 투자 등으로 광물 확보에 나섰다. 중국 역시 핵심 기술과 중간재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동남아·중동·아프리카와의 공급망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은 지난 10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면서 다소 진정됐지만 전문가들은 마찰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러 편향' 트럼프 우크라 중재…푸틴, 알래스카 회담으로 국제사회 복귀
8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 공습 이후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8.28.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는 노골적인 '러시아 편들기' 논란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공언하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영토 포기를 포함한 평화안을 수용하라고 강하게 압박해 왔다.

미국의 압박은 8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정점에 달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왕따' 신세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특급 환대 속에 외교 무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회담은 구체적인 합의 없이 끝났지만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고립 탈피라는 가장 큰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요구가 대폭 반영된 28개 조항의 평화안 초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평화안의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영토를 포함해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은 영토 포기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돈바스 지역을 '자유경제구역'(Free Economic Zone)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이 러시아 쪽에 기울어지자 유럽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들은 "강제로 영토를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지지를 재확인하고 독자적인 종전 수정안 마련을 지원했다.

이·팔 전쟁 사망자만 7만명…이란 핵시설도 때린 이스라엘 폭주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서 팔레스타인 피난민 어린이들이 물을 길으러 가고 있다. 2025.12.04. ⓒ AFP=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가자지구의 2025년은 1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발효라는 희망과 함께 출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3월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사실상 철회하며 공습을 재개했다. 하마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식량과 의약품 등 구호 물자 반입도 전면 봉쇄했다.

5~8월 가자 남부 라파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지상 작전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인도주의 구호품 선박 진입은 번번이 가로막혔다. 9월엔 가자 최대도시인 가자시티에 대한 지상군 진입 작전이 전개되면서 2023년 10월 시작된 가자 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망자도 급증해 11월 29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7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끝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개전 2년 만인 10월 10일 휴전에 들어갔지만,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간헐적으로 공습을 이어 가면서 포성은 아직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는 가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9월 초 중재국 카타르에 머물던 하마스 고위층을 겨냥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해 아랍 국가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보다 앞선 6월에는 핵무기 개발을 선제적으로 저지해야 한다며 이란 핵시설을 기습 공격했다. 미군의 공습까지 이어진 '12일 전쟁'에서 이란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뒤 양국은 6월 24일부터 휴전 중이다.

'빈자의 아버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첫 미국인 교황 레오14세
지난 2022년 10월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을 흔드는 모습. 2022.10.26 ⓒ AFP=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4월 21일 선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3월 13일 즉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최초의 비(非)유럽 출신 교황으로 주목을 받았고, 즉위 이후 여러 파격적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동성애자라도 하느님을 찾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판단하겠나"라며 동성애자에 대해 포용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올해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관지염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약 2개월의 투병 끝에 그는 4월 20일 부활절 미사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낸 다음날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숨졌다. 장례 미사에는 트럼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25만여 명의 조문객이 참석했다.

이후 후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두 번째 날인 지난 5월 8일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267대 레오 14세 교황으로 선출됐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이후 첫 미사에서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히자"는 메시지를 냈다. 지난 11월에는 첫 해외 방문지로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10~20년간 선하게 미국에서 살아온 이민자들에 극도로 무례하다"며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서는 유럽을 뺀 협상과 평화 실현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軍까지 투입해 이민단속 강화…LA 등 곳곳 시위 사태
6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연방 당국의 이민 단속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101 프리웨이 고가도로에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2025.06.1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은 미국 사회 곳곳에서 생채기를 남겼다.

6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며 통행금지령까지 발령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단속 반대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주방위군과 해병대 등 수천명의 군 병력까지 투입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는 LA를 넘어 △뉴욕 △시카고(일리노이)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 △덴버(콜로라도) △시애틀(워싱턴) △오스틴(텍사스) 등 각 지역으로 확산했다.

시위대는 "이민자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고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을 규탄했다.

이는 6월과 10월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왕은 없다) 시위로 이어졌다.

법원의 주방위군 투입 저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시카고 등 주로 민주당이 이끌고 있는 도시를 겨냥해 이민단속과 치안 확보를 이유로 추가 주방위군 배치를 이어가며 갈등을 키웠다.

일본 첫 여성 총리 탄생…'여자 아베' 시작부터 中과 격한 충돌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21일 일본 중의원에서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사진은 지난 4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에 임한 모습이다. 2025.10.04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올해 일본은 140년 근대정치 사상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를 맞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월 4일 자민당 총재 당선 후 같은 달 21일 총리 지명 선거에서 237표(과반 233표)를 얻어 제104대 총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부족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강경 보수 성향으로 '여자 아베'로 불려 왔다. 또 연정 상대로 극우 성향 일본유신회와 손잡아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절 개선된 한일관계가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선출 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하는 등 일부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가진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유익하다"는 뜻을 전했다.

'강한 일본'을 내건 다카이치 총리가 대립각을 세운 상대는 중국이었다.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은 중국의 격앙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발언 직후 중국의 무역·관광·문화 분야 전방위 보복이 뒤따랐고, 최근에는 일본 전투기를 향한 레이더 조준 사건으로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중 정서가 높은 일본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갈등 장기화에 여론조사상 '양국관계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등 일본 내 불안심리가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악의 축' 시리아의 국제사회 등장…백악관서 역사적 정상회담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 2025.11.10.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지난해 12월 이란, 러시아의 후원을 받던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이 세운 과도정부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친서방·친아랍 정책을 추진하면서 과거 '악의 축'으로 불렸던 시리아가 국제사회에 돌아왔다.

반군을 이끌던 아메드 알샤라 임시대통령은 5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각각 만났다. 알샤라는 오랜 기간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를 이끌며 미국 정부가 한때 1000만 달러(약 145억 원)의 현상금까지 걸었던 인물이다.

시리아 외무장관은 4월 처음으로 유엔에서 연설하며 시리아의 새로운 국기를 유엔 본부 뉴욕 사무소에 게양했다. 5월 말에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미국 대사관이 재개관했다. 7월 미국은 알샤라 임시대통령이 이끌었던 반군 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에 대한 외국테러조직(FTO) 지정을 해제했다.

9월 말 알샤라 대통령은 미국 뉴욕을 찾아 유엔총회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통해 국제무대에 인사를 건넸다. 1967년 누레딘 알아타시 전 대통령 이후 58년 만에 유엔에서 연설한 시리아 대통령이다.

알샤라는 11월 10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1946년 시리아 독립 후 시리아 정상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엔비디아가 이끈 질풍의 AI 산업…거품론 속 뉴욕증시 고공행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기조연설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 로고가 압도적이다. 2024.03.18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올해 미국 증시는 AI 열풍과 거품론이 공존한 한 해였다. 2024년 내내 활활 타올랐던 미 증시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채로 2025년을 맞았고, 결국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상호관세 부과가 시장에 결정적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급락했던 증시는 곧바로 반전을 맞았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대형주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잇따르면서 AI가 관세 리스크를 압도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반등 이후에도 시장은 안정되지 못했다. AI 거품론은 더욱 구체적인 논쟁으로 발전했다. 거품론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AI 관련 주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랐다는 점. 둘째, 기술기업들이 AI 칩과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만큼의 이익과 생산성이 실제로 창출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AI 열풍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5%(11일 기준) 상승했다. 직전 2년간은 5~6배 올랐던 주가다. 그럼에도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AI 지출이 올해 3750억 달러에 달하고 2026년에는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성에도 AI 질풍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11일 다시 신고점을 경신했다.

트럼프 압박에 美연준 독립성 휘청…고용불안에 금리인하 재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25년 12월 10일 워싱턴 D.C. 연준 본부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 AFP=뉴스1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변덕과 정치적 압박에 2025년 격랑의 한 해를 보냈다. 9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 금리를 내려 기준금리를 연초 4.25~4.50%에서 3.50~3.75%로 낮췄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고용 둔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정치적 압박까지 받으며 112년 연준 역사의 독립성이 흔들렸다.

지난해 말 물가 안정세에 연준은 올해 추가 인하를 예고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발목을 잡았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까지 치솟자 제롬 파월 의장은 "관세가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직격했다. 문제는 실업률마저 4.4%까지 오르며 고용시장이 냉각됐다는 점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높여야 하고, 고용을 지키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공격적인 인하를 요구하며 파월 의장을 "멍청이", "너무 늦은 파월"이라고 부르며 공개 비난했다. 12월 인하 직후에도 "두 배는 내렸어야 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압박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9월 측근인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연준 이사로 임명했고, 마이런은 매 회의에서 0.5%포인트 '빅컷'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12월 회의에서는 6년 만에 최다인 3명이 이견을 표출했다.

내년 5월이면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끝난다. 그는 올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후임자에게 경제를 정말 좋은 상태로 넘겨주고 싶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오고 노동시장이 강한 상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후임으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거론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인하 의지를 차기 의장 선정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연준은 2026년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하지만 위원들 간 이견이 크고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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