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50대, 호텔 방서 사망…구급약 전달 거절한 호텔 책임? 갑론을박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심장병을 앓는 남성이 구급약을 제때 전달받지 못해 결국 방 안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 호텔 측의 책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0일 후베이성 우한의 한 호텔 방에서 51세 남성 후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전날 밤, 후 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일을 마쳤다. 귀가가 불편한 상황에 친구 한 씨의 도움을 받아 호텔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한 씨는 후 씨로부터 "몸이 좋지 않다. 약 좀 갖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한 씨는 즉시 다른 지인의 집에서 약을 찾아 30분 만인 오전 9시 40분쯤 호텔에 도착했다.
한 씨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후 씨의 객실 번호를 확인해서 이 약 좀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한 씨는 후 씨의 성과 별명만 알고 있는 탓에 후 씨가 머무는 객실 정보는 제공하지 못했다.
이에 직원들은 한 씨가 제공한 정보만으로는 고객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약 전달은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며 거절했다.
한 씨는 후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후 씨는 받지 않았다. 결국 한 씨는 다른 급한 일 때문에 호텔을 떠나기 전 메시지만 남겼다.
약 5시간 뒤, 후 씨의 체크아웃 시간이 되자 청소 직원이 객실에 들어갔다가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후 씨의 가족이 CCTV를 확인한 결과, 호텔 프런트 측이 한 씨에게 약을 받은 뒤 내내 전달하지 않고 보관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족이 공개한 약 사진에 따르면, 후 씨는 고혈압과 협심증을 치료하는 약을 먹고 있었다.
후 씨의 가족은 "약이 필요한 투숙객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투숙객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약 전달도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호텔 측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호텔 측은"한 씨가 후 씨의 병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투숙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 씨 역시 후 씨가 자신의 질병이나 약의 종류를 직접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호텔 서비스의 책임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쟁을 촉발했다.
한 누리꾼은 "호텔이 투숙객에게 약을 받으라고 전화 걸고,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는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약을 배달한 친구가 투숙객의 이름, 방 번호, 상태의 긴급성을 직원에게 알리지 않았으므로 후 씨의 죽음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후 씨는 몸이 안 좋을 때 병원에 갔어야 했다", "사생활 보호와 고객 지원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어렵지만, 호텔이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는 건 나쁠 게 없다" 등 반응을 보였다.
후베이성 복시 법률사무소 변호사 상만칭은 "한 씨는 선의의 행동을 한 것이고 법적 책임은 없다"라며 "호텔이 전달하지 않은 약이 실제로 후 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라고 봤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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