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끌던 '중국 워런 버핏' 이혼 마침표…"전처에 1100억 재산분할하라"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자오빙셴.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자오빙셴.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자오빙셴(趙丙賢·63)의 이혼 소송이 15년 만에 결말을 짓게 됐다. 법원은 자오가 전처에게 약 1103억 원 상당의 재산 분할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베이징 제3 중급인민법원이 자오와 그의 아내 루쥐안 사이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을 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부부가 공동으로 보유한 '베이징 중정완룽투자그룹'(Beijing Zhongzheng Wanrong Investment Group)의 주식 지분을 동등하게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자오는 부부 공동 보유 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약 5억 5600만 위안(약 1103억 9000만 원)을 루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는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산둥워화제약'(Shandong Wohua Pharmaceutical)이 지난 4일 공시하면서 공개됐다. 중정완룽은 워화제약의 모회사이며, 현재 워화제약의 회장은 자오다.

앞서 자오는 1980년대 명문 상하이교통대학에서 금융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86년 인민해방군 복무 중 아내 루 씨를 만나 2년 후 결혼했다. 슬하에는 아들과 딸 등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상하이 출신인 루 씨는 투자 명문가 집안 자제로, 그의 할아버지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부터 주식 투자를 해 온 인물이다.

루 씨 할아버지의 지도 덕분에 부부는 1990년대 초 주식 거래를 시작해 첫 투자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부부는 중정완룽투자그룹을 공동 창립했으며, 자오는 자본 운용을, 루 씨는 재무를 맡아 상당한 부를 쌓았다.

자오는 워런 버핏의 가치 투자에 대한 신봉자로 알려져 있고, 그가 출간한 책 '자본운영론'은 한때 베스트셀러였다. 이후 그는 '중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10년 넘게 그 명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자오가 이혼 소송에 휘말렸다. 2010년 4월 아내 루 씨는 자오의 잦은 가정 폭력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공동재산의 공정한 분할을 요구했다. 루 씨는 "남편이 부자가 된 후 폭력적으로 변했고, 2003년 아들을 출산한 뒤 더욱 폭력적으로 됐다"라며 "아들이 운다는 이유로 아들을 낳은 지 한 달도 안 된 나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오는 투자그룹 지분의 80%를, 루 씨는 나머지 20%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루 씨는 "내가 이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는 '이혼하면 주가가 폭락해 나와 동료들이 피해 본다'고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자오는 질병이나 업무상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재판 출석을 회피해 절차를 지연시켰다. 이 과정에서 루 씨가 회사 자산이 들어 있는 철제 금고를 옮기자, 자오는 루 씨를 절도 혐의로 신고했다. 루 씨는 37일간 구금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결국 루 씨는 자오가 법원에 출두하지 않아 이혼 소송을 취하했다가 2011년 8월 재차 이혼을 신청했다. 루 씨는 "남편이 중국의 버핏으로 불린다는 이유만으로 이혼 소송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노했다.

부부의 이혼 소송 1심 재판은 2023년 6월 베이징 통저우구 인민법원에서 열렸다. 당시 법원은 "부부의 공동재산을 동등하게 나눠야 한다"고 판결했다. 자오는 항소했다. 그러나 최근 베이징 제3 중급인민법원이 2심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