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슈퍼위크' 한·미·일·중 연쇄 회담에…중일 회동만 계획 없어

'강경 보수' 다카이치 취임 후 냉랭…시진핑 축전도 안보내
다카이치, 의회 첫 연설서 "中과 우려사항 존재하는 게 사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슈퍼위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중일 정상회담 소식은 나오지 않아 주목된다. 일본의 새 내각 출범 이후 중일 관계 경색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기간 한국, 미국 등 주요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외교에 데뷔한다.

전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다카이치 총리는 28일 도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이어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중일 정상회담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를 찾아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다카이치 총리와 만날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주간 한미, 한일, 미중, 한중, 미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리는데 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과 일본 지도자의 양자 회담만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자연스럽게 리창 중국 총리와 첫 대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별도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기자단에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시 주석이 참석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여러가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대화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정상회담 불발을 이미 염두에 두고 의례적으로 가능성을 남긴 것일 수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기조를 이어 안정적인 관계를 모색할 뜻을 밝혔지만 중국에 대해선 다소 차갑게 다가서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4일 의회 첫 소신표명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중요한 이웃 나라로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국과는 경제 안보를 포함한 안보상 우려 사항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강경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의 역사 인식과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중국 관영언론 계열 매체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문제에서 망언을 하고, 장관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여러 차례 중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는 등 '여자 버전 트럼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직후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축전을 보냈으며, 중국 정부는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2013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뒤 2020~2024년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에게는 각각 총리 취임 당일 축전을 보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 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중국을 안보상의 '심각한 우려 요인'으로 언급한 것에 반발했다.

그는 "평화와 안전 면에서 중국은 가장 실적이 있는 대국"이라며 "일본은 과거 침략의 역사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안보 분야에서의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