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와 딸 생각하며 버텨"…우물서 벽 틈 붙잡고 54시간 사투 끝 구조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중국의 한 40대 여성이 깊은 우물에 추락했다가 벽 틈을 붙잡은 채 54시간을 버틴 끝에 극적 구조됐다.
지난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A 씨(48)는 13일 푸젠성 취안저우의 한 숲을 여유롭게 산책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깊은 우물로 떨어졌다.
가족들은 곧장 A 씨의 실종을 알아채 수색에 나섰으나, 행방을 찾지 못해 이튿날인 14일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본격적인 수색은 15일 시작됐다. 아들이 민간 구조 단체인 '진장루이퉁 블루 스카이 구조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다.
10명으로 꾸려진 구조대는 열화상 드론을 띄워 수색에 돌입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45분쯤 잡초로 뒤덮인 깊은 우물 속에서 희미한 구조 요청 소리가 들렸고, 구조대원들은 마침내 우물에 빠진 A 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A 씨는 물에 잠긴 채 손가락으로 벽 틈을 붙잡고 있었다. 수영할 줄 알았던 그는 우물에서 나와 한 손으로는 벽 틈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돌을 파내 임시 발판을 만들었다. 이어 양손으로 벽에 박힌 돌을 붙잡고 2박 3일간 떠 있었다고 한다.
다만 위쪽은 좁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우물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A 씨는 벽을 오를 힘은 없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절망에 휩싸여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많았다. 우물 바닥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모기가 우글거렸다. 근처에는 물뱀 몇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라며 "난 모기에 물렸고, 물뱀에게도 팔을 한 번 물렸다. 다행히 독이 없었고 심각한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기하고 싶은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70세의 어머니, 80세의 아버지, 그리고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구조 직후 병원으로 급히 이송된 A 씨는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고 경미한 기흉 증세가 확인됐다. 또 오랜 시간 우물 벽을 붙잡고 있던 탓에 손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현재는 치료받으며 안정세를 보인다.
이 사연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상상할 수 없다. 살기 위한 의지력이 놀랍다", "정말 강인한 여성이다. 제때 구조돼서 다행이고 뱀에 독이 없어서 다행이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트라우마는 평생 지속될 거다. 살아나온 게 운이 좋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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