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란·이스라엘의 '아빠'라는 나토 수장…"오그라들어"

공개·비공개 자리서 연일 찬사…나토 방위비 증액 주도한 점도 칭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총장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유튜브 'ABCNews' 갈무리)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인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습을 옹호하며 그를 이란·이스라엘의 "아빠(daddy)"로 비유하는 등 아부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뤼터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도중 트럼프와의 대담에서 "때로는 아빠가 강한 표현을 써야(use strong language)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과 관련한 대화 도중 나온 발언인데, 트럼프가 앞서 이스라엘과 이란을 '학교 운동장의 두 아이들'에 비유하며 "2~3분 동안 죽도록 싸우게 놔두면 멈추게 하는 건 아주 쉬워진다"고 말한 것을 이어받은 것이다.

뤼터는 최근 트럼프의 중재에 의한 휴전 합의 이후에도 산발적 교전을 이어간 양국을 강한 언사로 비판한 점을 들어 이를 아버지의 '훈육'으로 비유한 것이다.

뤼터가 주먹을 불끈 쥐며 이같이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 이따금씩 강한 표현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전날에는 뤼터가 사적으로 보낸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메시지에서 뤼터는 "이란에서의 결단력 있는 행동"을 축하한다며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truly extraordinary)"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아무도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을 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Mr President, dear Donald"라고 부르기도 했다. 서구 사회에서는 공적인 관계라면 직함과 함께 성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이름으로 지칭하며 친근함을 드러낸 것이다. 'Dear'라는 표현도 편지의 가장 앞머리에 수신인을 알리는 경우가 아니면 애정이 담긴 표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뤼터는 이어 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뤼터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부가 어떤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언사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친구이고, 단지 취향의 문제라고 본다"며 "(나토의 국방비 지출을 늘린 데 대해) 칭찬을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나는 그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그는 트럼프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할 수 있게 말을 하는 것"이라며 옹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나토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이 같은 언행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NBC는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유럽 국가들도 모두 동의한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 특히 나토의 핵심인 공동방위 개념에 대한 그의 거듭된 문제제기는 유럽 대륙에 엄청난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번 정상회의에서 국가별 방위비 지출을 2035년까지 지금의 2배 이상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