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역사적 승리"·이란 "항복 받아냈다"…모두 이겼다지만
이란 고농축 우라늄 행방 오리무중…"비밀 핵무장 가속하면 모두의 패배"
블링큰 전 美국무 "바이든 시절 공습 시뮬레이션…'핵자산 분산배치·본격 무기화 우려' 결론"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미국·이스라엘·이란이 '12일 전쟁'을 두고 각자 성과를 강조하지만, 세 나라 모두 이번 공습으로 사실상 패배한 것에 가깝다고 가디언 등이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이란과의 휴전과 관련해 "역사적 승리"라며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도 휴전 발표 직후 "압도적인 무력으로 적대국인 이스라엘과 미국에 항복을 강제했다"며 자화자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중재로 이란·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힌 뒤 NBC뉴스에 "휴전이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휴전 발효 이후에도 다시 공습을 주고받으며 불안한 휴전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 주요 핵시설에 공격을 가한 뒤 "이란 핵시설이 궤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핵 프로그램은 이번 공습으로 불과 몇 개월 정도 지체됐다. 무엇보다 핵심인 농축 우라늄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미국·이스라엘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가디언은 평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전까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성공적으로 추적·감시하고 있었으나, 이번 공습으로 그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 농축 우라늄은 일반 수조 탱크에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 한 번 행방을 놓치면 다시 추적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정 수준 농축이 진행된 우라늄의 농축도를 높이는 것은 핵 개발에서 비교적 쉬운 과정이다. 반드시 미국이 이번 공습에서 파괴하려 한 포르도와 같은 전문적 핵시설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미 정보당국 등은 오히려 이번 공습으로 이란 정권이 본격적인 핵무기화를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방정보국을 비롯한 미 정보기관들과 IAEA는 이번 공습 전까지는 이란 정권의 핵무기화 조짐이 없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방공망을 철저히 유린당하고 미국에 본토를 공격당한 만큼 자위 차원에서 핵무기화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공동책임자는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이번 전쟁은 핵 확산 방지 측면에서 보자면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협상 결과로 이란이 IAEA의 감시망 밖에 폭탄 여러 대 분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관하게 됐다면, 우리는 이를 완전히 실패한 합의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 무력까지 동원한 결과가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큰 전 미 국무장관도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시뮬레이션을 했으나, 이란이 핵 자산을 분산 배치하고 본격 무기화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에 따른 우려가 모두 예견됐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므로, 트럼프의 공습은 우리가 막고자 하는 것을 오히려 촉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이란도 이번 전쟁에서 크게 얻은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개전 후 첫 피습 만에 주요 군 장성과 핵 과학자를 잃고 방공망을 파괴당했으며 핵시설에도 분명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또 어린이를 포함해 12일간 최소 600명이 숨지는 등, 이란은 단순히 굴욕을 당한 것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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