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습, 이란 핵무기 개발 내몰 수도…"北처럼 해야 생존" 판단

NYT "이란에 선택 여지 없어져…어느 때보다 핵무기화 동기 강해져"
"완벽한 불능화 어려워 재건 서두를 것"…과거 후세인도 이스라엘 공격받고 비밀리 핵개발

22일(현지시간) 합참의장 댄 케인 공군 장군(오른쪽)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왼쪽)과 함께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단행한 이란 핵 시설 공습 작전(일명 '미드나잇 해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능력을 원천 제거한다며 직접 공습을 가했지만,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 등 소식통은 이란이 이번 공격으로 되려 핵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본격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아예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북한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공습을 허용했다는 판단으로, 더 은밀하고 신속하게 핵무기 개발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이스라엘의 판단과 달리 미 정보당국 등 다수 정보기관은 이란이 본격적인 핵무기화 단계에는 접어들지 않았다고 보고있다.

미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이란이 대규모 정제 우라늄을 쌓아놓은 것과 별개로 아직 핵무기화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NYT에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이란 정부 내에서는 2003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핵무기 개발을 금지했던 종교적 판결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시행 전, 미 정보당국 내에는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을 실제로 타격할 경우 이란의 이 같은 기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었다.

미국은 포르도는 물론 나탄즈·이스파한까지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모두 타격했다.

미 정보당국 소식통들은 이번 공습으로 이란 정부가 핵무기만이 국가적 생존을 담보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의 공격 앞에 기존의 재래식 방어 시스템이 속수무책이던 와중에 미국마저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즈메리 켈라닉 미국 국방우선 싱크탱크 중동 프로그램 국장은 "이란을 타격함으로써 미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며 "슬픈 진실은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이번 공습이 이란의 모든 핵시설을 파괴했다 하더라도, 그것도 가능성이 낮은 가정이지만, 이제 이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핵능력을 재건하고, 단순한 우라늄 농축을 넘어 핵무기화를 추구하려는 동기가 강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미국의 이번 공습 결과에 따라 이란의 핵무기 개발 로드맵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은 3개 핵시설에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말하는 반면, 이란 정부는 공격을 예상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앞선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의 핵무기화를 6개월쯤 늦췄으며 이날 미국의 공습이 목표를 달성했다면 핵무기화 과정을 최장 5년까지 늦출 수 있다. 그러나 핵 능력의 완전한 불능화에 실패했다면 이란은 당장 무기화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폭격으로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었던 게리 세이모어는 최근 NYT 인터뷰에서 "공습만으로 핵프로그램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전쟁이 끝나고 포르도가 온전하다면 다시 핵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해 핵무기에 쓰일 연료 획득을 저지하려 했으나 사담 후세인 정권은 다시 비밀리에 대규모 핵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까지 발각되지 않았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