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대사, 韓日관계 "버전 2.0 경신할 수 있어" -아사히 신문

분단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분야 많아"
"강제징용 문제는 韓日 승부 아냐"…피해자 공감 강조

11일 아사히 신문이 보도한 윤덕민 주일대사와의 단독 인터뷰 갈무리. (출처 : 아사히 신문)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윤덕민 주(駐)일대사가 11일 아사히 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버전 1.0'이라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버전 2.0'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윤 대사는 다시금 '분단'되는 세계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경제 연관성이 깊다고 했다.

윤 대사는 한일이 상호보완적인 이웃 나라로서의 관계를 살려 "글로벌 과제 중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고 덧붙였다.

반면 2019년부터 이어진 일본의 수출 규제 관리는 "두 나라에 오히려 손해였다"고 분석하며 조기 규제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 대사는 강제징용 해법에 반발하는 국내 여론에 대해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우산을 건네기보다는 비를 함께 맞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명언을 들어 설명했다.

피해자 중에는 아흔 살이 넘는 사람도 있다며 "비를 맞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해결 방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피해자가 납득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강제징용 문제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윤 대사는 강제징용 문제가 한일이 대결하거나 경쟁할 사안이 아니라고 짚었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다 했다"거나 법적으로는 끝난 문제라는 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심정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왜 잘못은 일본이 하고 돈은 한국 기업들이 대냐'는 국내 여론을 언급하며 피해자와 한국 국민이 납득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사는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으로 피해자와 한국 여론의 반발만 샀던 사례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꼽았다.

하지만 "(강제징용 해법안은) 한국 정부가 철저히 피해자들에 접근해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단, 이번에도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피해자의 감정을 자극할 만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윤 대사는 12년 만에 한일 정상이 독대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대만 해협 상황·우크라이나 전쟁·경제 안보 중요성 확대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사는 이번 회담에서 "과거는 직시해야만 하지만, 미래에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논이 많이 나온다면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덧붙여 기시다 총리가 연내 방한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 초대하는 방안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 밖에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에도 한국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대해서는 "한국은 문화유산 등록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2015년 일본이 유네스코에 약속한 대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기술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한편 윤덕민 대사는 미국 유학을 거쳐 게이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립외교원장을 거쳐 2022년 7월 주일대사로 취임했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사를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의 브레인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