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CEO·변호사 목소리까지 복제…1470억 털린 이탈리아 은행
왓츠앱 메시지에 변호사 목소리 복제 전화까지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인공지능(AI)으로 최고경영자(CEO)와 변호사를 사칭한 사기범들이 이탈리아 최대 은행 인테사 산파올로의 프라이빗뱅킹 계열사 피데우람에서 9500만 유로(약 1471억 원)를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식통 2명은 사건이 지난 2월 시작됐다고 전했다.
당시 파올로 몰레시니 피데우람 회장은 카를로 메시나 인테사 산파올로 CEO 명의의 왓츠앱 메시지를 받았다. 해외 거래와 관련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유명 법률회사의 선임 파트너 변호사를 사칭한 전화가 걸려와 해당 지시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소식통들은 통화 상대가 AI를 이용해 변호사의 목소리를 복제했다고 전했다.
요청을 진짜로 믿은 몰레시니 회장은 재무 부서에 송금을 지시했고, 자금은 중국과 홍콩 계좌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다.
피데우람은 이상 징후를 곧바로 포착해 여러 나라의 은행과 당국에 통보했다.
이후 중국·포르투갈·이탈리아 당국의 공조로 약 5300만 유로(약 820억8700만 원)를 회수했다. 그러나 나머지 3600만 유로(약 557억6000만 원)는 해외 계좌망을 거쳐 암호화폐로 환전된 뒤 추적이 끊겼다.
몰레시니 회장을 비롯한 피데우람 경영진은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다만 밀라노 검찰은 유럽 밖에 거주하는 외국인 1명을 컴퓨터 사기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몰레시니 회장은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당시 피데우람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AI를 이용한 음성 사기가 대형 사건으로 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장관의 목소리를 흉내 낸 사기범들이 기업인 마시모 모라티를 속여 100만 유로(약 15억48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해외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이 돈은 이후 회수됐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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