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 70% '더 엄격한 중립' 거부…개헌안 부결
군사동맹 협력·대러 제재 제한하는 개헌안 부결
외무장관 "중립 포기한 것 아냐…유연한 중립정책 유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위스 국민들이 국가의 오랜 중립 원칙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헌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압도적으로 거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촉발된 스위스 중립정책 논쟁에서 기존의 유연한 노선을 유지하는 쪽에 힘이 실렸다.
27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이른바 '중립'은 70.1%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번 국민투표는 스위스의 중립 자체를 유지할지 여부가 아니라 중립 원칙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투표였다. 스위스의 중립은 이미 1848년부터 연방헌법에 명시돼 있다.
개헌안은 스위스의 중립을 '영구적이고 무장된 중립'으로 헌법에 명시하고 군사·방위동맹 가입뿐 아니라 원칙적으로 이들 동맹과의 협력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유엔이 결정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전쟁 당사국에 경제제재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헌안이 통과됐다면 스위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데 제약이 생기고 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것과 같은 조치도 어려워질 수 있었다.
이번 논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했다. 스위스가 EU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대부분 받아들이자 러시아는 스위스가 중립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주권 강화를 주장하는 단체 '프로 스위스'가 중립 원칙을 헌법에 더욱 엄격하게 명문화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했다. 스위스 최대 정당인 우파 스위스국민당(SVP)이 주요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개헌안을 지지했다.
반면 스위스 정부와 의회는 개헌안이 지나치게 경직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할 외교·안보정책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이번 결과는 중립에 반대한 투표가 아니다"며 스위스가 앞으로도 중립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기존 중립정책 아래에서도 국제법을 지키면서 다른 국가들과 안보협력을 하고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제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의 대러 제재를 대부분 채택한 것도 이러한 원칙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다.
카시스 장관은 앞서 국민투표 과정에서도 중립정책에는 일정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중립이 국제법 위반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헌안 부결로 스위스는 기존 중립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정세에 따라 제재 참여와 다른 국가·기구와의 안보협력을 결정할 수 있는 정책적 재량을 유지하게 됐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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