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쓴 소설이 문학상 수상?"… 프랑스 출판계 덮친 'AI 집필' 파문

'AI 작성' 논란에 佛 유력 문학상 후보 자격 박탈…전문가 "AI·인간 혼합 글쓰기 인정해야"

아이티계 캐나다인 작가 텔리송 오렐리앙(38) 2026.09.08.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설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작품을 25일(현지시간) 후보 목록에서 제외했다.

프랑스 르몽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쿠르상을 관장하는 공쿠르 아카데미는 이날 아이티계 캐나다인 작가 텔리송 오렐리앙(38)의 소설 '이것이 아니면 죽음뿐이었다'(C'était ça ou mourir)를 1차 후보작 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공쿠르 아카데미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연구자 및 기자들의 일관된 분석 결과"에 따라 오렐리앙의 소설이 "대단히 높은 확률로 인공지능(AI)이 생성해 낸 결과물임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인간이 쓴 문학을 장려하고 상을 수여하는 것을 핵심 역할로 하는 공쿠르상과 아카데미의 명예·진정성을 지키려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AI의 도움으로 생성된 텍스트 창작을 옹호하거나 승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혹은 익명의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 '발랑스 통 클로드'가 지난 21일 오렐리앙의 소설이 "거의 전적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작성됐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 계정은 AI 탐지 프로그램 '팬그램'(Pangram)의 검사 결과 소설의 여러 구절에서 '100% AI 작성'이라는 결과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오렐리앙의 소설은 아이티 출신의 교사 주인공이 폭력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하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프낙(Fnac)상, 메두사상 등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받았으며, 전 세계 20개 언어로 번역 출간이 확정된 바 있다.

또 다른 AI 감지 도구와 전문가들 역시 오렐리앙의 책에 어느 정도 AI가 사용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NYT는 전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의 계정 '발랑스 통 클로드'가 텔리송 오렐리앙의 소설 첫 두 챕터의 AI 탐지 프로그램 판독 결과라며 공유한 이미지 (출처=@Pangramed 엑스(X)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오렐리앙은 AI 사용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나의 문체에 대해 논할 수는 있지만, 그 기법을 AI의 증거로 다루는 것은 문학 비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렐리앙의 프랑스 출판사는 그가 생성형 AI 모델이 상업적으로 등장하기 전인 2017년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19년에 초안을 완성했다고 반박했다.

오렐리앙의 책을 출판한 캐나다 보레알 출판사는 북투어 등 홍보 활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캐나다 퀘벡주의 에스트리 도서전 역시 그를 참가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문학 창작에서 AI의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문학 평론가 알렉상드르 제팡은 온라인 매체 '아틀란티코'에서 "우리는 AI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별하기 매우 어려울 만큼 점점 더 혼합되는 글쓰기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며 "(AI의) 보조적 사용이 텍스트의 진정성이나 독창성을 훼손하지는 않으며, 이를 수치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