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자, 러 극동 넘어 1만km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현지 언론 "건설·벌목서 농업·유통까지 분야 확대…여성 파견도 늘어"
"하루 최대 16시간 근무…월급 실수령액은 약 24만원"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기존에 집중됐던 북한 인근 극동 지역을 벗어나 1만㎞ 가까이 떨어진 서북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파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들은 과거 주로 건설·벌목 현장 등에 투입됐지만 최근에는 농업과 창고, 체인형 소매점 등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와 함께 과거와 달리 남성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러시아행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온라인 매체 '78.ru' 등에 따르면 현지 고용주들이 북한 출신 노동자 채용을 늘리고 있다.
북한 노동자 채용은 전문 기관이 담당하며, 입국한 노동자마다 현지 관리자가 배정돼 생활의 여러 측면을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비자로 입국한 뒤 취업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규모에 관한 정확한 공식 통계는 없다.
현지 언론에선 2024년 러시아 전역에 약 1만5000~2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체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산이 나왔고, 2025년에는 5만~10만명이라는 수치도 거론됐다.
북한 노동자 대부분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극동 지역에 집중 배치돼 왔다.
알렉세이 벨로우소프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업자협회 사무총장은 국가 차원에서 약 10만명의 노동자를 유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며, 이들을 주로 극동 지역 건설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자동화에 상당한 비용이 들거나 러시아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고강도 업무 등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들은 2007~2017년 건설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형 축구경기장 '가스프롬 아레나' 공사에도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취업 분야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현지 고용주들의 북한 여성 노동자 채용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성 노동자들은 주로 창고와 농업 현장, 유통업체 등에서 일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 대표 예카테리나 라피나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체격은 왜소하지만 지게차 작업도 잘 수행하며, 협업 능력이 뛰어나다"고 전했다.
형식상 북한 노동자의 평균 임금 수준은 러시아인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임금의 상당 부분이 북한 정부와 중개업체에 돌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공식 임금이 월 6만~7만 루블(약 96만~112만원)이더라도 노동자가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약 1만5천 루블(약 24만원)에 불과하다.
일부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 최대 16시간까지 일하며, 상당수는 일터에서 그대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시 북부 외곽의 파르나스 지역이 북한 노동자들의 주요 거주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북서부 프리모르스키구의 '비보르크스카야' 호텔도 거주지로 언급된다.
북한 노동자 숙소는 외부와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고 자유시간 외출도 제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제한이 더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기혼 여성의 경우 남편이나 자녀가 있으면 숙소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용되지만, 미혼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러시아 고용주들이 북한 노동자를 채용할 때 자국 노동자를 고용할 때와 달리 별도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있다.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정치 사안과 업무 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회의 공간을 마련해야 하며, 이곳에는 북한 방송을 볼 수 있는 TV와 라디오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
상당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어에 능숙하지 않아 현장에 통역이나 업무 조율 담당자가 필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용주들은 북한 노동자의 식습관을 고려해 이들에게 익숙한 식재료를 활용한 식사도 제공해야 한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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