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젤렌스키, 푸틴 만나려면 모스크바로 오라…사전 작업 필요"

"필요한 안전 보장 제공"…기존 입장 재확인
트럼프 '에너지 휴전' 촉구엔 "평화협상 전제조건 없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5.5.12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는 여전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모스크바에서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평화 협상을 위한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 가능성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원한다면 모스크바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안전 보장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입장이 잘 알려져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성사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면 모스크바로 올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다만 실무자급 차원의 사전 작업이 이뤄지기 전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정상급 담판을 제안해 온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모스크바로 와서 회담하자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다만 정상급 접촉은 전문가급 협의에서 사전 합의가 도출된 뒤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과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모스크바를 정상회담 장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대신 중립적인 제3국에서 회담하자고 제안해 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평화협상으로 전환할 만한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견해도 표시했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 촉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유럽 국가들은 무기 구매를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자금을 마련하려 하고 있고, 키이우 정권도 상당히 테러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평화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다"며 "다만 러시아 측은 평화협상에 대한 개방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상대국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 방안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에너지 휴전'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동시에 전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선 최근 서명한 대러 추가 제재법인 이른바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거론하며 필요할 경우 이 법에 따른 권한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명한 이 법은 러시아의 에너지·금융 부문과 대러 제재 회피에 동원되는 '그림자 선단' 등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의 주요 수입국 등에 최대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러시아를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대러 제재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