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러 개인·단체 제재 3년 연장…러 재벌 2명 제외한 '절충안'

러 재벌 2명 포함 개인 3명·법인 1곳 제외…라트비아는 재벌 2명 독자 제재
6개월 단위 연장서 3년으로 확대…젤렌스키 "자멸적이고 역효과" 비판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집행위원회 본부. 2025.02.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유럽연합(EU)이 오랜 진통 끝에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침해한 러시아를 상대로 시행 중인 개인·단체 제재의 연장을 최종 결정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대사들은 이날 대러 개인·단체 제재를 3년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대신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2명을 포함한 개인 3명과 법인 1곳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EU 이사회는 이날 제재 연장 결정을 발표하며 "검토 과정에서 개인 3명과 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갱신하지 않기로 했으며, 사망자 3명도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 갱신 대상에서 제외된 개인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메르산트 등은 러시아 철강 사업가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와 금융계 거물 미하일 프리드만 등 올리가르히 2명과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의 크림연방대 전 총장 안드레이 팔랄레예프가 제재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우스마노프와 프리드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2월 EU 제재 명단에 올랐고, 팔랄레예프 전 총장은 2023년부터 EU 제재를 받아왔다.

법인 가운데서는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에 등록된 '레드버드 코퍼레이트 서비스'(Redbird Corporate Services Ltd.)가 제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 회사는 러시아 수출업체들의 제재 회피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2025년 제재 목록에 올랐었다.

EU의 대러 제재 연장은 우스마노프와 프리드만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회원국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진통을 겪어왔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의 유럽정책 전문매체 유러피언 프라우다는 앞서 프랑스가 대러 제재 연장에 앞서 러시아계 우즈베키스탄 억만장자 우스마노프를 제재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프랑스가 아제르바이잔에 억류된 자국민의 석방을 위해 우스마노프의 제재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프리드만의 제재 해제는 룩셈부르크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드만은 EU 제재에 따른 자산 동결을 문제 삼아 룩셈부르크를 상대로 160억 달러(약 21조7000억 원) 규모의 국제중재 절차를 제기한 상태다.

친러시아 성향 정부가 집권 중인 슬로바키아도 우스마노프와 프리드만을 제재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발트국가 라트비아를 포함한 일부 회원국들은 특정 인물의 제재 해제에 강하게 반대했다.

앞서 21일에는 우스마노프와 프리드만을 제재 명단에서 제외하는 대신 통상 6개월 단위로 연장하던 제재 체제를 한 번에 3년 연장하는 절충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막판에 라트비아가 반대하면서 협상이 다시 난항을 겪었고, 22일 회원국 대사들의 논의가 재개된 끝에 이날 저녁 합의가 이뤄졌다.

라트비아는 올리가르히 2명의 제재 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EU 이사회 표결에서 기권해 합의를 막지 않았다. 대신 두 올리가르히에게 자체적인 국가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에 연장된 EU 제재 대상은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주권·독립을 훼손하거나 위협한 책임이 있다고 EU가 판단한 개인과 단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2025.04.18 ⓒ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을 포함해 약 3천명의 개인·단체가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이들에게는 EU 입국 제한과 역내 자산 동결, 자금·경제적 자원 제공 금지 등의 조치가 적용된다.

EU의 대러 제재 중 무역과 금융, 에너지 등 러시아의 주요 산업을 겨냥한 부문별 제재는 이번에 연장된 개인·단체 제재와는 별도로 운용된다.

EU는 지난 6월 부문별 경제제재를 2027년 7월 31일까지 1년 연장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산 해상 원유와 일부 석유제품의 수입 제한, 지정된 러시아 금융기관과의 거래 금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과 이중용도 품목의 대러 수출 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EU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가 전례를 남기는 결정으로 EU 제재 체제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전했다.

과거에는 주로 법원 판결이나 당사자 사망을 이유로 제재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러시아 기업인들에 대한 제재 해제는 정치적 거래와 자국 이익을 내세운 일부 회원국의 압박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일부 러시아 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 해제를 "자멸적이고 역효과를 낳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뉴욕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