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첫 러 총선서 푸틴 집권당 대승…개헌선 확보 확실시
여당 '통합러시아당' 57% 득표 잠정 집계…225개 지역구 중 208곳 선두
푸틴 국내 정치 기반 강화…종전협상·추가 동원 등 운신 폭 넓어질 듯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 치른 국가두마(하원) 의원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대승을 거두며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국내 정치 기반을 한층 공고히 하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정당명부 비례대표제(225석)와 지역구제(225석) 혼합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총선의 개표가 82% 진행된 가운데 통합러시아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57.76%를 얻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는 비례대표 의석 약 130석에 해당한다.
이어 공산당이 13.89%로 2위,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8.77%로 3위, 자유주의 성향의 새로운사람들당이 7.97%로 4위를 기록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은 4.99%로 의석 배분 기준인 5% 문턱에 근소하게 못 미치고 있다.
지역구 투표에서도 통합러시아당 후보들은 전체 225개 지역구 가운데 208곳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공산당 후보는 5곳, 정의 러시아당과 무소속 후보는 각각 4곳, 자유민주당은 2곳에서 앞서고 있다.
국가두마 전체 의석은 450석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225석은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 결과에 따라 배분되고, 나머지 225석은 지역구별 최다 득표자가 차지한다.
통합러시아당은 현재 비례대표에서 약 130석, 지역구에서 20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5% 득표선에 미달한 정당 몫의 의석이 재배분되면 개헌선인 301석 이상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투표 종료 후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과 사회마케팅연구소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도 통합러시아당은 약 50%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공산당이 약 14%, 자유민주당이 약 10%를 기록했고, 새로운사람들당과 정의 러시아당도 5% 득표선을 넘을 것으로 조사됐다.
통합러시아당은 2016년 제7대 총선과 2021년 제8대 총선에서도 잇따라 300석 이상을 확보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했었다.
이와 함께 체첸공화국, 투바공화국, 트베리주, 벨고로드주 등 8개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정부 수장 직접선거에서도 대부분 통합러시아당 소속의 현직 또는 권한대행 후보들이 일제히 우세를 보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잠정 투표율은 56.66%로, 전쟁 전인 2021년 총선(51.72%)보다 약 5%포인트 높게 나왔다.
지난 18~20일 실시된 이번 총선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처음 치러진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점령해 병합을 선포한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도 처음 선거에 참여했다.
러시아 선거당국이 발표한 해당 지역 투표율은 도네츠크 81.62%, 루한스크 79.33%, 자포리자 79.39%, 헤르손 74.61%로, 모두 러시아 전체 잠정 투표율 56.66%를 크게 웃돌았다.
국가 통제가 강화된 전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의 우세는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 전쟁에 반대해 온 자유주의 성향 정당 야블로코당은 지난 8월 러시아 대법원 결정으로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정부와 집권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투표 참여와 여당에 대한 지지를 적극 홍보했다.
푸틴 대통령은 선거를 앞둔 지난 16일 연설에서 "여러분의 선택과 결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우리 전투원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가 공동의 가치와 역사적 기억, 조국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나로 뭉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우크라이나전 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를 확인하는 계기로 규정해 왔다.
통합러시아당이 기존의 의회 우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푸틴 대통령은 4년 반 이상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물론 미국이 중재하는 종전 협상에서도 보다 확고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정치적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가 크렘린궁이 전쟁 수행에 대한 국내 지지를 강조하고 전시 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 이후 그동안 국민적 반발을 우려해 자제해온 추가 동원이나 보다 강도 높은 군사작전이 검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서방 분석가와 러시아 정부 비판론자들은 크렘린궁이 이번 선거 결과를 추가 동원의 정치적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총선 이후 30만 명 규모의 추가 병력 동원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추가 동원설을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부인했다.
러시아 중앙선관위는 개표와 이의 제기 검토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25일 이후 최종 선거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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