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서방 고위인사 탑승 알고도 열차 공격…그들 못믿어"
CBS "前 CIA국장 등 탑승 열차 피격"…당사자 인터뷰·대다수 보도들과 차이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발생한 러시아 드론의 여객열차 공격과 관련, 러시아가 해당 지역을 운행하던 열차들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인사들이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3일 폴란드와 접경한 우크라이나 볼린주에서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로 향하던 여객열차를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독일 등 서방 국가의 정치·외교계 고위 인사들이 탑승한 다른 열차들도 피해를 볼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공개된 미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객열차 공격 사건을 거론하며 "유럽인들과 미국인들, 대규모 대표단이 열차에 타고 있었고, 그들(러시아)은 공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일부 미국인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만 서방 인사들이 탑승한 열차가 직접 러시아 드론의 공격 대상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CBS뉴스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지난 13일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외국 고위 인사들이 탑승한 여객열차를 타격해 이들이 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대피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열차에 유럽 고위 당국자들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크라이나 매체 RBC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CBS 인터뷰를 인용해 "러시아 드론이 전 CIA 국장을 포함한 미국과 유럽 고위 인사들이 탑승한 열차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CBS의 이날 인터뷰 보도는 해당 열차 피격 상황에 대해 더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아 실제 고위 인사들이 탑승한 열차가 직접 공격을 받았는지 독립적인 확인은 어렵다.
CBS 보도가 며칠 전 벌어진 해당 사건을 요약하면서 오해를 부를 서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나온 대다수 서방 및 우크라이나 보도를 비롯해 당사자인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고위 인사들이 탄 열차는 직접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사건 직후 나온 우크라이나와 서방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볼린주의 야호딘역 인근에서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 일행이 탄 여객열차보다 앞서 가던 일반 여객열차의 기관차가 러시아의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와 조너선 파월 영국 총리 국가안보보좌관,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귄터 자우터 독일 총리실 외교안보보좌관 등 유럽 당국자들이 탄 다른 외교열차도 피격 열차보다 앞서 야호딘역을 출발해 공격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은 사건 직후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3일 새벽 폴란드로 향하던 중 우크라이나 야호딘역 세관을 막 통과한 자신의 열차 위로 러시아 드론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제트추진 드론이 자신이 탑승한 열차 근처에 있던 다른 열차의 기관차를 타격했다며 "포화를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에겐 이 공격은 두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은 존슨 전 총리와 달리 외교열차가 아닌 일반 민간열차로 이동 중이었으며, 드론에 맞은 열차 역시 일반 열차로 군사 목표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격에 대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는 참으로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탄했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 우크르잘리즈니차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 위협에 따라 열차 운행 일정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외교열차가 예정 시간보다 일찍 출발했다"며 "러시아 드론의 표적이 외교열차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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