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너지 휴전' 발표 무색…러·우크라 상호 공격 지속(종합)

"우크라, 러 서남부 정유공장 타격…러도 키이우 주유소 공격"
FT "트럼프 발표 성급…푸틴, 겨울 앞두고 에너지 휴전 원치 않아"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사진) 2025.8.23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국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에도 양국의 상호 에너지 인프라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새벽 러시아 서남부 사마라주의 시즈란 정유공장을 공격했다고 자국 모니터링 채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엑실레노바 플러스'에 따르면 시즈란 정유공장이 우크라이나 무인기 공격을 받은 뒤 공장 내부 여러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도 자국군이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사이 러시아 시즈란 정유공장을 타격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이번 공격에 대해 자국 장거리 타격 부대가 무인체계군 및 보안국(SBU)과 함께 수행한 특수작전이라고 밝혔다.

시즈란 정유공장은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티 소속으로, 연간 원유 처리 능력은 약 890만톤이다.

뱌체슬라프 페도리셰프 사마라주 주지사는 이날 주 전역에서 우크라이나 무인기 40대 이상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시설 1곳이 파손됐으며 여러 주거용 건물의 유리창도 깨졌다고 전했다.

페도리셰프 주지사가 언급한 '산업시설'은 시즈란 정유공장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당국은 통상 피해를 본 산업시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밤사이 자국 방공망이 여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고정익 무인기 222대를 요격·격추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군도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다르니츠키 구역에 있는 주유소를 공격해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이 전했다.

키이우시 군사행정청에 따르면 러시아 무인기는 뒤이어 키이우 홀로시이우스키 구역의 다른 주유소도 타격했다.

러시아군의 이날 키이우 공격에선 모두 8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또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의 전력망도 무인기로 공격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무인기 200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을 공격했으며, 이 가운데 187대를 자국 방공망이 격추하거나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수개월 동안 자국 국경에서 수백~수천㎞ 떨어진 러시아 정유시설과 석유 저장고 등을 장거리 드론을 동원해 공격해 오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연료 공급과 에너지 수출을 동시에 타격하려는 계산에서다.

러시아도 미사일과 드론을 대규모로 투입해 우크라이나의 핵심 에너지·물류 시설 등을 타격하는 복합 공격을 벌여 오고 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러시아도 똑같이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합의 대상에 어떤 시설들이 포함되는지, 합의가 언제까지 적용되는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휴전 합의' 발표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합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러시아가 어떤 합의든 준수할 의지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제 에너지 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조선의 안전 항행 보장과 러시아에 대한 '불법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성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크렘린의 입장을 잘 아는 FT 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이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에너지 관련 합의를 맺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혹한의 겨울철 난방과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높여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고위 당국자 2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연료 가격 상승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자신이 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