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의회, '부패 의혹' 검찰총장 해임…젤렌스키 또 악재
사기 콜센터 비호 범죄조직 연루 의혹…반부패당국-검찰총장실 충돌 격화
전쟁 장기화 속 고위 당국자 잇단 낙마…젤렌스키 정권 부담 가중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우크라이나 의회가 15일(현지시간) 부패 사건 연루 의혹 속에 사직서를 제출한 루슬란 크라우첸코 검찰총장을 해임했다.
크라우첸코가 직접 사임 의사를 밝힌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의회의 해임 결정은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들과 검찰총장실 간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인 최고라다는 이날 본회의에서 참석 의원 317명 전원의 찬성으로 크라우첸코 검찰총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크라우첸코는 작년 6월부터 검찰총장직을 맡아왔다.
크라우첸코는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전담검찰청(SAPO)이 검찰총장실과 연계된 범죄조직의 사기성 콜센터 비호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지난 7일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다만 그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아직 정식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앞서 NABU와 SAPO는 이달 초 검찰총장실 고위 간부가 이끈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결과, 작년 중반께 결성된 이 조직은 우크라이나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콜센터들이 단속을 피해 운영될 수 있도록 비호해주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이 조직을 검찰총장실 고위 당국자가 이끌었으며 현직 검사들과 외부 인사들도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사법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콜센터 1곳당 매달 약 7000달러(약 940만 원)가 검찰총장실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소 100곳의 콜센터가 이 같은 비호 아래 운영됐다면 매달 70만 달러(약 9억 4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이라고 전했다.
NABU가 공개한 녹취에는 범죄조직을 비호한 것으로 의심되는 '보스'가 언급되는데, 그가 크라우첸코 총장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NABU는 수사 과정에서 크라우첸코 총장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충성파로 오랫동안 평가돼 온 크라우첸코는 대통령과 면담한 뒤 지난 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그 이튿날 텔레그램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범죄조직이나 비리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크라우첸코 총장은 자신과 검찰총장실에 대한 반부패당국의 수사 압박이 커지던 13일 밤 관용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 출장으로 출국했다고 밝히면서 "여러 국제 파트너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 체계의 실상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들이 통제받지 않는 영향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징후가 있으며 이는 국가 주권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신을 포함한 검찰총장실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부패 혐의를 수사한 세멘 크리보노스 NABU 국장과 올렉산드르 클리멘코 SAPO 수장 측을 상대로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부패당국의 검찰총장실 상대 수사가 두 기관 간 세력 대결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자 14일 크라우첸코 총장 해임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의회에 그의 해임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검찰총장에게 남은 길은 단 하나,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뿐이다. 우크라이나는 그 모든 이유를 알고 있다"며 크라우첸코 해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검찰총장의 임명뿐 아니라 해임에도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크라우첸코 총장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측근과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부패·비리 연루 문제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1년간 잇단 부패 스캔들로 여러 고위 당국자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가운데는 안드리 예르마크 전 대통령실장과 이리나 무드라 전 대통령실 부실장, 헤르만 할루셴코 전 법무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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