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2개국 "북극서 EU 전략적 역할 강화해야"…쇄빙선 확보 논의

美·러시아 압박 속 EU 존재감 강화 추진…"러 위협 맞서 안보 역량 확충"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부터), 안드리스 쿨베르그스 라트비아 총리, 니쿠쇼르 단 루마니아 대통령, 안토니오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가 14일(현지시간)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아르크티쿰 과학센터에서 열린 유럽-북극 정상회의 중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9.14.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유럽 주요 12개국 정상들이 14일(현지시간) 핀란드에 모여 북극 지역에서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EU 12개 회원국은 이날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EU 정상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EU가 유럽 북극 지역에서 더 전략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핀란드, 덴마크, 에스토니아, 프랑스, 그리스, 독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스웨덴이 참여했다.

이들 국가는 "EU가 이익을 수호하는 동시에 안정, 지속 가능한 발전, 번영을 진흥하기 위해 행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가 가하는 중대하고 장기적인 위협"을 지적하며, 북극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야욕과 "하이브리드 활동 증가 등 유럽을 향한 적개심은 EU 북극 정책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러시아·미국 등 주요 강대국이 북극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성립됐다. 안토니오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지역적 사안이 아니며, 유럽 전체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총리의 유럽담당 선임자문관 투오마스 티카넨은 AFP통신에 "기본적 구상은 이 지역의 지정학적·경제적 중요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극에 대한 EU의 공동 전략적 접근 방식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EU가 쇄빙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처한 상황과 기후 변화, 해로 개방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이나 선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올해 초 미국과 유럽 사이 외교적 긴장을 촉발한 바 있다.

북극권은 또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해빙이 줄면서 천연자원과 북극항로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몇 주 안에 EU의 새로운 북극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그린란드를 직접 방문해 2억 유로(약 3100억 원) 규모의 그린란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