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러 재벌, 트럼프 장남 결혼식 피로연에 수억원 지원"

美탐사보도 이후 트럼프 주니어 부부 "친구의 결혼 선물" 인정
야당·시민단체 "무슨 대가 오갔나 알아야…대통령 자녀 재산·금융 공개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베티나 앤더슨. 2026.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부인 베티나가 결혼식 피로연 비용 일부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부담했음을 14일(현지시간) 확인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5월 바하마에서 팜비치 사교계 명사인 베티나 앤더슨과의 결혼식을 진행했고 직후 2곳의 전용 사유지 섬을 오가며 3일간 초호화 피로연을 개최했다.

미국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올리가르히 우마르 크렘레프가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피로연과 하객 숙박이 이뤄진 섬 중 1곳의 대여료와 대규모 불꽃놀이를 비롯해 수십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의 보도 이후 트럼프 주니어 부부는 크렘레프가 결혼식 피로연 비용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하며 "친구로부터 받은 대단히 관대한 결혼 선물이었으며, 우리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왜 푸틴의 측근인 러시아 올리가르히가 바하마에서 열린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자금을 댔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크렘레프는 대통령의 아들을 위해 수십만 달러를 썼다.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지 우리는 답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세계 복싱 챔피언 국가 훈장 수여식에서 러시아복싱연맹 집행위원장 우마르 크렘레프에게 '우호훈장'(Order of Friendship)을 수여하고 있다. 2026.4.22 ⓒ 로이터=뉴스1

크렘레프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Gazprom)의 지원을 받고 있는 스포츠 단체 국제복싱협회(IBA)의 회장이다.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결혼식 관련 비용은 IBA가 금융 거래에 사용하는 두바이 소재 IBA 산하 법인을 통해 지급됐다.

크렘레프와 푸틴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며칠 전 크렘레프는 푸틴을 수행하는 대표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알려진다. 또한 4월엔 푸틴으로부터 국가 훈장인 '우호 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푸틴·러시아 보안 당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크렘레프를 제재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 결혼식엔 하객 약 50명만 참석했다. 대부분은 부부의 직계 가족과 절친한 친구, 사업 파트너였다.

여기에 크렘레프도 포함됐는데, 하객 18명만 참석한 본식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파티에 대규모 러시아인 일행과 함께 나타나 다른 하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번 일로 푸틴의 측근이 미국 대통령 가족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고 사적인 영역까지 가까이 접근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몇 년간 트럼프의 핵심 선거운동 대리인으로 부상했으며, 잠재적인 정치적 후계자로 거론된다.

시민단체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의 도널드 셔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대통령 본인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성인 자녀에게도 재산·금융 관련 공개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의회가 적극 검토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인물이 대통령의 부유한 성인 아들에게 값비싼 선물을 제공하는 상황에선 어느 정도의 투명성이 확보되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은퇴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간부 프랭크 몬토야 주니어는 프로퍼블리카에 "누군가 당신의 결혼식 비용을 대준다면, 언젠가는 그에게 무언가 빚을 지게 되는 셈"이라며 "대통령의 아들에겐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그룹의 수석 부사장이자 개인 자산이 약 3억 달러(약 4046억 원)에 달하는 트럼프 주니어와 크렘레프가 만난 건 비교적 최근 일로 보인다고 매체는 추정했다.

트럼프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이번 행사는 아주 작고 사적인 모임이 될 것"이라며 "나는 '지금은 내게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이란 문제 같은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