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설계·신속생산' 러 미사일·드론 위력…"방심하다 허찔려"

게란 제트드론과 반데롤 순항미사일 위력에 우크라 방어 난항
전문가 "몇년 전부터 신호 있었지만 서방 제대로 대응 못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진행중인 2026년 4월 7일, 키이우의 성 미하일 황금돔 수도원 앞 미하일리브스카 광장에서 열린 파괴된 러시아 군사장비 야외 전시회에서 사람들이 이란이 설계한 HESA 샤헤드-136(게란-2)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내놓은 게란(Geran) 제트 드론과 반데롤(Banderol) 순항미사일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빠르게 개발·양산되며 전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 무기는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정밀 전자장비를 통해 목표물을 정확히 찾아내고 요격을 피할 수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기존 모델을 개량하고 실전 테스트를 거쳐 신속하게 대량 생산에 돌입하는 방식으로 불과 몇 년 만에 이 두 가지 무기를 개발 및 실전 배치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카테리나 본다르 연구원은 "서방은 러시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이디어와 실험에서 생산까지 매우 빠르게 이어간다. 서방 군대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데롤과 게란-5의 대당 가격은 약 10만 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의 고성능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나 이에 상응하는 러시아 모델은 대당 200만 달러가 넘는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들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민간 및 군사 겸용으로 제작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설계만 채택되면 기성품 부품을 활용해 즉시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러시아는 이러한 방식으로 저비용·고효율 무기를 대량 생산하며 전쟁의 물량전에 집중하고 있다. 본다르는 "이제는 물량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뿐 아니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활강 폭탄(glide bombs)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은 "드론도 문제지만,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위협은 활강 폭탄"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무기를 막으려면 서방은 큰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값싼 러시아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미국과 나토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나 전투기를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군사기술 기업들은 저비용 요격 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가 지원하는 기업은 제트 추진형 요격기를 개발 중이며,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사에 주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오터리온 같은 업체도 고속 요격 드론을 연구하고 있다.

드론 보안업체 드론섹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중국산 제트 엔진 가격을 4만 5000달러 이하로 추정한다. 반면 방어 측은 한 발의 드론에 여러 발의 요격기를 발사해야 하는 만큼, 비용 격차가 심각하다.

브롱크 연구원은 나토가 저비용 방공체계를 활용한 다국적 드론 대응 부대를 창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단지 우리가 최적화되어 있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사령관 대변인 마틴 오도넬 대령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맞춰 모든 가용 수단과 역량을 적용·적응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이 향후 5년간 400억 달러 이상을 드론 대응 능력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본다르는 "러시아가 제트 드론과 저비용 순항미사일을 개발 중이라는 신호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지금 상황이 놀랍지 않다. 오히려 모두가 놀라는 게 의외"라고 꼬집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