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규제 나선 EU…"빅테크 챙기는 트럼프 자극 가능성"
美와의 무역갈등 관리할 필요…"美 눈치 보나" 내부 비판도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접근 제한 법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갈등 가능성으로 인해 시험대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조만간 디지털 플랫폼 전반에 걸쳐 새로운 연령대별 소셜미디어 규제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EU는 13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금지하고, 13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들에게는 단계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독성 있는 기능을 갖춘 게임 플랫폼 제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단계적' 규제안은 27개 회원국 간 입장차 때문이다.
EU의 이번 소셜미디어 규제는 메타·구글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국의 빅테크에 타격을 줄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고 디지털 규제를 집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EU의 디지털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미국 기업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관세 부과 등의 보복 조치를 경고해 왔다. 이는 EU 당국이 미국 기업을 조사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새로운 규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지를 두고 내부 분열을 야기했다.
지난 7월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밖에서 소비자들에게 다른 혜택을 알리는 행위를 막은 혐의로 총 8억 9000만 유로(약 1조 4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줄곧 경고해 온 이 불법적이고 극도로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U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라는 미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같은 달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도 5억 5000만 유로(약 8000억 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에 부과한 과징금도 EU가 의도적으로 낮춘 결과라는 관측이 나왔다.
법무법인 링크레이터스의 베른트 마이링 글로벌 총괄은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사건을 우선 처리한 이유는 "디지털 규제가 미국에 반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EU 규제 동향엔 "메시지 전달 방식과 지정학적 영향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EU는 다른 한편으로 디지털 규제를 완화해선 안 된다는 유럽의회와 시민사회 압박을 받고 있다.
녹색당 소속 알렉산드라 게세 의원은 구글 과징금 부과를 두고 "EU가 미국의 압력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과징금이 실질적인 억제책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조치에 가까워 보이는 점은 훨씬 아쉽다"고 FT에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지털 규제를 외교적 쟁점으로 삼으면서 미국 기술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EU 공세에 올라타 지난해 9월 EU 집행위원회에 디지털시장법(DMA)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EU 정책과 관련해 IT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한 변호사는 "일부 미국 IT 기업들은 트럼프의 존재로 사기가 올라간 상태"라면서도 "트럼프를 상대하는 데는 예측 불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이 항상 가장 현명한 경영 전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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