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조직 개편 시동…프랑스·독일, 집행위로 기능 집중 제안
대외관계청을 집행위 산하로 통폐합 추진…"통상·원조업무 겹쳐"
중소 회원국 권한 축소 우려…지도부 균열도 드러나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외교 조직을 전면 손질하는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고 AF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해 EU의 독자적 외교부 역할을 담당해 온 대외관계청(EEAS)의 주요 기능을 집행위원회 산하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가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유럽 권력 지형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EU 대외관계청은 연간 약 10억 유로(약 1조 57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며 벨기에 브뤼셀 본부와 전 세계 공관에 걸쳐 약 5000명의 인력을 거느린 거대 관료 조직이다.
하지만 그간 27개 회원국 간의 극심한 이해관계 충돌과 집행위 관료들과의 만성적인 밥그릇 싸움 탓에 대외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외교와 통상, 개발원조, 이민, 제재 정책이 여러 EU 조직에 나뉘어 있어 위기 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 등 개혁 찬성파는 대외관계청의 기능이 집행위의 통상·해외원조 부서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점을 들어, 집행위 중심의 일원화된 체제로 재편해야 통상과 원조를 결합한 복합 외교 시대에 실질적인 파급력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 제안들은 일부 논란을 촉발했고 우리는 이를 논의할 것이지만, EU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스스로의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한다는 목표는 공유되고 있다고 믿는다"며 개편 논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EU 차기 장기 예산 협상을 앞두고 재정 기여도가 큰 독일이 불필요한 기구 축소와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개혁 추진의 강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아일랜드에서 열린 비공식 외교장관 회의에서 칼라스 외교·안보 대표가 정면으로 제동을 걸면서 균열상이 드러났다.
칼라스 대표는 "현재의 제도적 체제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존재하므로 체제를 바꿀 것이 아니라 더 잘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며 현행 체제 유지를 주장했다.
에스토니아 출신인 칼라스 대표는 외교권이 집행위로 대거 넘어갈 경우 자국의 목소리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중소 회원국들을 대변하는 입장이다.
칼라스 대표는 독일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독주 행태를 겨냥해 "내 위에 있는 누군가가 실질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식의 문제가 있었다면, 솔직히 말해 그런 식으로는 EU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칼라스 대표는 물리적 기구 통폐합보다는 단일 회원국의 거부권(비토) 행사로 연합 전체의 발목이 잡히는 기형적인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하는 것이 본질적인 과제라고 맞섰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에 따르면 독일은 조만간 베를린에서 별도의 장관급 회의를 열고 개혁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직 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밀어붙이는 거대 회원국 연합과 폰데어라이엔의 권력 집중을 경계하는 중소 회원국 간의 불신이 깊어 진통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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