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 지원 없는 러시아, 유럽이 미는 우크라에 비대칭적 열위"
전쟁 비용·군비 등에서 시간 갈수록 러시아가 불리…도와줄 주변국도 빈약
러, 유럽 겨냥 '하이브리드 전쟁' 가속하는 이유…러 강경파 목소리 커져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우크라이나가 후방에 있는 유럽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수행하는 반면 러시아는 지원받을 국가가 없어 불리하다는 전황 분석이 나왔다. 후방 지원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는 유럽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본격화하고, 러시아 내부에서 유럽 국가들의 군사와 물류 거점을 직접 타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이러한 차이를 '근본적인 비대칭성'이라고 부르며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부담하고 안전한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화력이 훨씬 우월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가 맞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선 올해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105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원을 승인해 기존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무기·자금 지원에 더해졌다. 유럽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추가 지원 패키지도 논의 중이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경제가 압박받는 상황에서 전쟁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재정난으로 실질적 지원이 어렵고,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의 궁지를 이용해 석유·가스 가격을 낮추는 협상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시베리아 중부까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러시아 정유시설의 3분의 1 이상이 파괴됐다. 이는 러시아의 연료 위기를 불러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체 정유시설이 폭격당했음에도 유럽에서 연료를 수입해 주유소가 정상 운영되고 있다.
군비 면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유리하다. 우크라이나 군은 폴란드, 독일, 루마니아 등 유럽 각국의 물류 허브를 활용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탄도미사일 연료 생산 공장이 건설 중이다. 반면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북한을 제외하면 주변국들로부터 공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후방 지원의 열세 때문에 러시아는 유럽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군사력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정보전, 사보타주 등을 이용한 상대 전력 약화)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화물기 드론 사건, 폴란드 철도망을 마비시킨 사이버 공격, 유럽 방산 공장에서의 폭발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WSJ은 보았다.
러시아 내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군사·물류 거점을 직접 타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유라시아 전문가는 "러시아 매파들은 오래 전부터 '한 손을 뒤로 묶고 싸우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어디까지 수위를 높일 것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강경파가 유럽을 직접 타격하는 도박을 한다면 이는 도리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았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화하면 유럽 국가들이 더욱 강하게 결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미국은 스타링크 위성망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탄도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러시아 민간 공항을 공격하지는 않아 온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점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WSJ은 보았다. 푸틴이 전쟁을 단순히 우크라이나 문제가 아니라 '서방과의 대결'로 규정하고 있어, 손실이 크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국방개혁센터의 올렉산드르 다닐류크 의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를 파괴하며 유럽에 '저항하면 파멸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고대 아시리아와 몽골 시대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원칙을 오늘날 러시아가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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