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제안 '푸틴·트럼프·젤렌스키 3자 정상회담' 거부
크렘린 "실무 합의 확정 위해서만 정상회담 가능"…톱다운 협상 무산
"美 CIA 국장, 지난주 방러 때 러 정보기관 수장들에 3자회담안 전달"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정상 간 3자회담을 개최하자는 미국 측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은 최근 비밀리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통해 러시아 측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3자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푸틴·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 개최 제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그러한 회담은 (실무선에서의) 합의를 확정하기 위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무진이 종전 협상에서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한 뒤 이를 최종 확정하기 위해서만 3자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종전 협상과 관련해 "합의라는 것은 결코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매우 복잡한 해결 과정이며 엄청나게 많은 세부 사항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통령들이 만나 이 모든 것을 논의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며 "그들은 합의를 최종 확정하기 위해서만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작 실질적인 해결에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은 키이우 측"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앞서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랫클리프 CIA 국장이 지난 25일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전하면서, 이 제안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협상 재개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정보기관 수장인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SVR) 국장과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에게 이 같은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FSB와 SVR은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으로 각각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 업무를 담당한다.
옛 KGB 장교 출신의 푸틴 대통령은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정보기관 수장들의 보고와 조언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랫클리프 국장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이뤄졌다. 미 정보기관 수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종전협상 중재에 직접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3자 정상회담 개최 방안에 거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톱다운' 방식의 종전 협상은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로 진행된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간 3자 실무 협상은 지난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두 차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차례 등 모두 세 차례 열렸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당시 협상은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주도했다.
뒤이어 3월 초로 예정됐던 후속 협상은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연기된 뒤 아직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약 80%를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의 완전 장악과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제한, 친서방 정권 교체 등 기존 전쟁 목표를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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