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무서운 폭염"…전세계 식료품값 '히트플레이션' 비상

프랑스 포함 유럽 주요국, 폭염·가뭄·산불에 채소 생산량 반토막
분석기관 "올해 식량가격 상승, 이란전보다 기후 영향이 더 클 것"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서부 쿠네오 인근 베네바지에나의 시골 마을에서 이탈리아 농부 마티아 마렝고가 폭염으로 피해를 입은 해바라기 밭을 점검하고 있다. 2026.08.06.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유럽 전역에서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의 여파로 농·축산물 생산량이 감소해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분쟁보다 영향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폭염 이후 프랑스에서는 전체 가금류의 1.5%에 해당하는 닭 300만 마리가 폐사했고, 우유 생산량은 30% 급감했다. 목초지 풀의 성장 속도도 26% 감소하면서 축산농가들은 7월부터 겨울용 사료 재고를 사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폭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채소 농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채소재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폭염 여파로 잎채소, 당근, 대파, 마늘, 양파 등 품목별 생산물 수천 톤을 잃었다며 상황이 "재앙적"이라고 밝혔다. 일부 품목의 경우 손실량이 연간 생산량의 50%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더운 여름 날씨는 이번 가을과 겨울에 수확할 채소 재배에도 이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름 폭염이 가뭄 피해를 증폭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파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에서도 폭염·산불 피해로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스페인 농업주민협회는 화재가 과수원, 포도밭, 농경지, 온실을 덮쳐 아보카도, 포도, 채소, 올리브 농원에 영향을 미쳤으며, 수분 부족과 극심한 고온이 토마토와 옥수수 생산에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지난달 유럽 곡물거래협회 '코세랄'은 최근 폭염으로 올해 유럽연합(EU)·영국의 올해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340만 톤 감소한 2억 866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 달 전 발표한 추정치보다 약 900만 톤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의 공급 부족 위험이 향후 몇 주 내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토마토 가격이 ㎏당 3유로(약 4500원) 미만에서 ㎏당 6유로(약 9000원)로 급등하는 등 식료품 가격이 폭등세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에 폭염이 몰아친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푸터스후크에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농경지의 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2026.06.23. ⓒ AFP=뉴스1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선 폭염·가뭄·호우 등 여름철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미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밀·옥수수·쌀 등 일부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7일 발표한 올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1.1포인트(p)로 전월보다 0.6% 상승했다. 지난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 폭이다. 곡물 가격지수는 113.8p로 전월보다 3.4% 상승했고, 국제 밀값은 5.8% 급등했다.

FAO는 폭염이 주요 생산국의 밀 수확량에 타격을 가하면서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3.6% 상승한 세계 옥수수 가격을 두곤 미국 콘벨트 일부 지역의 고온·건조한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여파는 당장 올가을부터 곡물로 만드는 품목인 빵, 파스타, 시리얼, 오트밀, 밀가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체재 효과로 인해 폭염 피해를 겪지 않은 다른 지역의 농산물 가격까지 함께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여름 폭염이 내년 식료품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며, 전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특히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이상기후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내년 유로존 식품 물가상승률은 최대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약 3%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