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러 남쿠릴열도 '소련 영웅' 이름 붙이기에 반발…"적절히 대응"

영유권 분쟁 남쿠릴 4개섬 인근 무인도…러·일 평화조약 협상도 중단

쿠릴열도 지도. 러시아 얀덱스 자료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극동 남쿠릴열도의 무인도 2곳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전설적 정보요원 리하르트 조르게와 포병 영웅 이반 루블렌코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발표하자 일본이 '적절한 대응'을 예고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러시아지리학회의 관련 발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해당 발표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방영토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달하고 있다"며 "이번 러시아 측 발표와 관련해서도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북방영토 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이투룹·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 등 남쿠릴열도 4개 도서를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지리학회 사할린주 지부는 지난달 남쿠릴열도의 소쿠릴열도에서 대규모 역사·지리 탐사 활동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이름이 없는 섬 2곳에 새 명칭을 붙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들 섬에는 '소련 영웅' 칭호를 받은 조르게와 루블렌코의 이름이 부여될 예정이다.

조르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활동한 소련의 전설적 첩보원이다. 독일 언론의 일본 특파원 신분으로 활동하며 독일의 소련 침공 계획 등 추축국의 중대 정보를 입수해 소련에 넘겼다. 1941년 일본에 체포된 그는 3년 뒤인 1944년 처형됐다.

루블렌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 소련군 포병으로 참전해 전공을 세운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소련 최고 영예인 '소련 영웅' 칭호를 받았다.

러시아 극동 사할린주에 속한 쿠릴열도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56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점령한 뒤 러시아가 현재까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쿠릴열도 가운데 남단의 4개 도서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들 섬에 대한 자국의 주권은 국제법적으로 확립돼 있으며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다.

남쿠릴열도 영유권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체결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와 일본 간 평화조약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러시아는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남쿠릴열도 일·러 공동 경제활동에 관한 협의에서도 탈퇴했다.

러시아의 이번 명명 작업은 일본과의 영유권 갈등 지역인 쿠릴영토에 대한 실효 지배를 확고히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지통신은 분석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