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본드의 英 MI6, 현실에서도 훨훨…유럽 정보기관평가 1위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 60명 설문…대러 작전 활약 우크라 정보기관 4위

1982년 10월 22일 영국 배우 숀 코너리가 007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 제작 중 니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첩보영화 '007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국 해외정보기관 MI6가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선정한 유럽 정보기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 등에 따르면 렉스프레스는 서방 25개국 정보기관의 전·현직 수장과 고위 관계자 등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작성한 유럽 정보기관 순위에서 MI6는 251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MI6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튀르키예의 고위급 정보원을 포섭하고 이들 국가의 집권 엘리트층에 침투하는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MI6는 영국 '군사정보부 제6과'(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6)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공식 명칭은 '비밀정보부'(Secret Intelligence Service·SIS)다. 주로 해외 정보 수집과 분석, 비밀공작을 담당한다.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MI6 소속 요원으로 설정돼 있다.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정보부에서 근무하며 정보작전 기획 등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과 실제 정보기관의 조직문화, 관련 인물들을 참고해 본드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을 썼으며, 이 작품들이 영화 007 시리즈의 원작이 됐다.

2위는 169점을 받은 프랑스 대외안보총국(DGSE)이 차지했다.

DGSE는 프랑스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으로, 해외 정보 수집과 분석·방첩·비밀공작 등을 담당한다. 영국 MI6,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3위에는 97점을 얻은 네덜란드 정보보안총국(AIVD)이 올랐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과 보안국(SBU)도 77점으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HUR은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기관으로 군사·해외정보 수집과 특수작전 등을 담당한다. SBU는 우크라이나의 국내 정보·방첩기관으로 간첩과 테러 대응, 국가안보 수사 등을 맡고 있으며,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 영토 내 비밀공작과 특수작전도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를 상대하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창의성과 이들이 수행한 작전의 복잡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 유럽 정보기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높은 작전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로 러시아 내 공군기지의 전략폭격기들을 소형 드론으로 공격한 '거미줄 작전'과 러시아 장성 암살을 들었다.

이 밖에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5위에 올랐으며, 슬로바키아 정보기관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순위는 렉스프레스가 유럽 정보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로, 미국 CIA와 이스라엘 모사드, 러시아 정보기관 등은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 CIA는 해외 정보 수집·분석과 비밀공작을 담당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역량을 갖춘 기관으로 평가된다.

모사드도 해외 정보 수집과 비밀공작, 정보원 포섭, 대테러 작전 등에서 높은 역량을 가진 기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세계 주요 정보기관을 비교할 때 최상위권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러시아에서는 대외정보국(SVR)이 해외 정치·경제 정보 수집과 공작을,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이 군사정보 수집과 해외 비밀공작을 주로 담당한다. 연방보안국(FSB)은 국내 방첩과 대테러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해외에서도 정보·공작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SB와 SVR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다.

이들 러시아 정보기관은 옛 소련 정보기관의 조직과 인적 기반을 상당 부분 계승했으며, 광범위한 해외 인적 정보망과 사이버전, 비밀작전 능력을 갖춘 주요 정보기관으로 평가된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