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회 수장 "러 핵무기 개발은 '신의 은총과 자비' 징표"
소련 핵개발 중심지 사로프 거론…"핵무기 없었다면 국가·민족도 없었을 것"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가 신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개발을 '신의 은총'의 징표라고 정당화했다고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이날 중부 니즈니노브고로드주의 세라핌-디베예보 성삼위일체 여자수도원에서 연설하며 러시아의 핵무기 개발과 그 역할을 언급했다.
그는 이 수도원과 인접한 사로프에서 소련의 핵무기 개발이 시작된 사실을 거론하며 "바로 이곳에서 우리 조국의 방패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키릴 총대주교가 언급한 사로프는 세라핌 사롭스키가 오랫동안 수행한 러시아 정교회 성지이자 소련의 핵무기 개발 중심지다.
1946년 이곳에 소련의 핵무기 연구시설이 세워졌으며, 소련 최초의 원자폭탄 RDS-1과 이후 수소폭탄 개발도 사로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금도 사로프에는 러시아연방핵센터 산하 전러시아실험물리학연구소(VNIIEF)가 자리 잡고 있다.
키릴 총대주교는 "사로프에서 일한 과학자들이 러시아의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그 폭탄은 조국을 파괴하고 예속하려는 적의 계획을 저지했다"며 "이곳에서 일한 과학자와 기술자, 노동자들의 노고를 통해 우리나라에 신의 은총과 자비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역에서 "우리 민족과 국가를 끔찍한 파괴로부터 지켜낸 과학 연구와 공학 작업이 이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그러한 성과가 없었다면 국가도 민족도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두자는 키릴 총대주교가 핵무기를 신의 섭리와 연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2023년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물리학자 라디 일카예프에게 러시아 정교회의 '성 세르기 라도네시스키 훈장 1급'을 수여하며 "핵무기가 형언할 수 없는 신의 섭리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이 힘 덕분에 러시아가 독립과 자유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동방정교회 계열인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는 그동안 각종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발언도 거듭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러시아가 1945년 봄 위대한 승리를 거뒀지만 나치즘이라는 악을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했던 미완의 전쟁의 연속"이라고 규정했다.
우크라이나전이 러시아가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제2차 세계대전의 연장이며, 이른바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주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키릴 총대주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교적·형이상학적 의미를 다룬 책 '전쟁―가시적 원인과 결과 너머'를 출간하기도 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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