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 바다 헤엄쳐 스페인령 세우타로…18명 숨져 '국경 대혼란'

모로코 해안 따라 헤엄쳐 유입…압사·익사 사고 잇따라
이탈리아 "스페인, 솅겐서 빼자"…美 백악관 "트럼프가 옳았다"

스페인 세우타 진입을 시도하는 이민자들. 2026.07.30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30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북부의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에 바다를 통해 2000~3000명에 달하는 모로코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최소 18명이 사망하는 등 국경에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조르자 멜라니 이탈리아 총리에 이어 미국 백악관까지 스페인 정부의 친이민 정책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AFP·로이터통신, BBC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모로코 북부 해안을 따라 수많은 이민자가 세우타에 헤엄쳐 들어오면서 현지 당국의 국경 통제가 사실상 마비됐다.

스페인 TVE 방송은 이날 하루에만 2000~3000명이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넘어갔다고 추정했다.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압사·익사 사고가 잇따라 최소 1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후안 비바스 세우타 세우타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주 초 이미 1500명 넘는 이주자가 유입됐다며,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2021년 5월에는 세우타에 며칠 사이 이주민 약 8000명이 몰려와 스페인과 모로코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세우타는 스페인 남부를 마주 보고 북아프리카 대륙 꼭대기에 위치하는 스페인 영토다. 인근의 또 다른 스페인 자치도시 멜리야와 함께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유일한 육로 국경이다.

스페인 당국은 세우타 자치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군과 경찰 병력을 급파했다. 보안 병력이 집단적인 국경선 돌파 시도를 저지하면 이주민들이 도로, 언덕, 공터에 모였다가 재진입을 시도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30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 국경을 헤엄쳐 넘어 펜스에 도달한 이민자들이 스페인 보안 요원 옆을 지나고 있다. (아틀라스 영상 갈무리) 2026.07.30 ⓒ 로이터=뉴스1

세우타 자치정부는 이주민 수용 시설이 이미 포화 상태고 대응 능력이 한계에 달았다며 스페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즉각 국경 정상화를 약속하고 31일 세우타를 방문하기로 했다.

세우타는 지리적 특성 탓에 유럽행을 원하는 이민자들의 국경 통과 시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이날 이례적인 대규모 밀입국 사태를 유발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스페인 대법원이 이달 초 세우타·멜리야에서 육지의 물리적 국경 장벽을 불법으로 넘은 경우와 달리 바다에서 저지된 이주민은 모로코로 즉결 송환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 해상 불법 이주 시도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인 내무부는 인신매매 조직들이 해당 판결을 악용해 불법 이민자들의 세우타 멜리야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스페인 사회당 정권은 유럽의 대표적인 친이민 정부로, 최근에는 미등록 이민자 50만 명에게 합법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발족했다.

30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바다를 헤엄쳐 스페인령 세우타로 넘어간 후 스페인군이 세우타와 모로코 국경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2026.07.30 ⓒ 로이터=뉴스1

세우타 사태는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통제되지 않은 불법 이민이 유럽 국경 안보에 구체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스페인을 유럽 29개국이 구성한 솅겐 지역(상호 국경 검문을 철폐한 개방형 국경 관리 체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세 루이스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탈리아 정부의 주장을 놓고 "정파적 선동이 아닌 유럽의 연대를 기대하는 파트너이자 우방국인 국가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들"이라고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가세했다. 백악관의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과 스티븐 청 공보실장은 소셜미디어에 세우타 관련 영상을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대규모 이민을 조장하는 극좌 세계주의 정책을 계속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며 "파괴적인 철학을 따르는 스페인 및 여타 국가들은 당장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멸을 자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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