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만든 폭풍이 다시 산불 키운다…유럽 덮친 '화재 구름'
산불의 에너지·열이 연기 기둥 타고 상승…위에서 냉각돼 구름 형성
불이 만든 적란운 의미하는 '화재적란운' 명명…강풍·번개로 추가 산불 발생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프랑스와 스페인을 덮친 최악의 산불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유독 이번 산불이 파괴적인 이유가 화재 구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불이 하늘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적란운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역으로 아래의 산불을 더 잘 퍼지게 하는 강풍이나 번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산불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례 없는 현상인 이른바 '화재 구름', 즉 '화재적란운(pyrocumulonimbus, PyroCb)'에 대해 분석했다. 이는 한마디로 산불로 인해 형성되는 거대한 폭풍우 구름이다.
화재적란운은 영어로는 불을 뜻하는 파이로(pyro)와 적란운을 뜻하는 큐뮬로님버스(cumulonimbus)의 합성어다.
적란운은 원래 천둥과 소나기, 번개 등을 동반하며 하늘 높이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구름을 말한다. 원래 자연적으로 형성되지만, 이번 적란운은 대형 산불이 뿜어내는 열기와 수증기를 연료 삼아 더 거대하고 강력한 화재적란운이 됐다.
대형 산불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열을 방출하며, 이는 연기 기둥을 타고 빠르게 상승한다. 연기 기둥이 높이 치솟을수록 대기압이 낮아지면서 공기가 냉각되고, 수분이 응결되어 구름이 형성된다. 이러한 구름은 번개와 강풍을 유발할 수 있다.
산불의 규모가 충분히 크고 강하다면, 이 연기 기둥은 고도 10~15㎞에 달해 성층권까지 침투해 발달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구름 속의 불 뿜는 용"이라고 부른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산불연구그룹의 겸임 교수이자 30년간 수석 소방 관리자로 일했던 릭 맥레이 교수는 "이것은 화재 연기 기둥 안에서 형성되는 본격적인 폭풍우"라며, "이런 구름은 대기권을 최대 약 1만㎦까지 뒤덮을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화재적란운이 형성되면 아래에서 타오르는 산불이 더 빨리 확산하도록 부채질하는 강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 때로는 자체적으로 번개를 발생시켜, 멀리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산불을 점화시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더 강한 돌풍이 예측 불가능한 화재 패턴을 만들어내며, 결과적으로 지상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맥레이 교수는 "이 구름은 해당 산불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수많은 사람이 대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강조한다.
호주는 21세기 초부터 화재적란운을 본격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했으며,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화재 구름은 2022년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 당시에도 형성됐지만 이번에 확인된다면, 이는 프랑스에서 관측된 최초의 화재적란운 사례가 된다.
맥레이 교수는 "프랑스가 화재적란운이라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며칠 전에 실제로 발생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주 28일이나 29일에 또 발생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산불에 취약한 위험한 환경을 만들어, 이 구름 형성이 점차 쉬워지고 있다. 맥레이 교수는 "단순히 온도 다이얼을 높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면적인 기후변화가 오고 있다"며 "대기의 변화, 지표면 날씨의 변화, 그리고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 변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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