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 산불 확산에 32만5000명 대피…보르도 15㎞ 앞까지 불길

마크롱 비상각료회의 소집…스페인 "국가 역사상 최대 산불"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바르주 코티냑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6.07.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며칠째 이어지는 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양국에서 32만5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프랑스에서는 보르도 외곽 15㎞ 지점까지 불길이 접근했고, 스페인에서는 수도 마드리드 인근을 비롯해 동부 발렌시아까지 화재가 번지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인근 지롱드 지역과 스페인 중부 마드리드 서쪽 아빌라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양국이 평시 겪은 산불 가운데 최악 수준으로 평가된다.

프랑스에서는 25만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스페인에서도 마드리드, 아빌라, 톨레도, 발렌시아 카스테욘 지역 등에서 약 7만5000명이 집을 떠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산불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8일 오전 비상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프랑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파이로큐물로님버스(Pyrocumulonimbus)'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화재가 만든 거대한 적란운이 자체적으로 강풍과 번개를 만들어 새로운 산불을 유발하는 현상으로, 진화가 극도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브로카르디 프랑스 전국소방연맹(FNSPF) 대변인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다"며 "언젠가 화재의 약한 지점을 찾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로랑 누네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보르도 지역 산불은 매우 강력하고 예측이 어려우며 자체 바람을 만들어 불규칙하게 보르도 대도시권 방향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불은 보르도 외곽 약 15㎞까지 접근했지만 토마 카즈나브 보르도 시장은 "불길이 주로 남쪽에 있어 현재로서는 도시를 향해 직접 확산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도시 전체에 대한 대피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랑스 국방부는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지인 보르도 일대 주요 산업시설 보호 조치를 강화했으며, 보르도 남쪽 고속도로와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현재 지롱드 지역에는 소방관 2500명과 군 병력 1500명, 경찰 1200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기상당국은 오는 29일부터 새로운 폭염이 시작돼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하면서 산불 위험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 서쪽 아빌라 지역 산불이 국가 역사상 최대 규모로 번진 데 이어 동부 해안도시 발렌시아 인근에서도 새로운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민 1만5000명이 추가로 대피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아빌라 화재 현장을 방문해 "앞으로 어려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시민보호청은 현재 전국 산불의 화선 길이가 280㎞, 피해 면적은 7만7000헥타르에 달한다며 "괴물과 싸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펠리페 6세 국왕도 대피소를 찾아 "산불이 스페인의 자연유산에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 마드리드 인근 산불은 바람의 영향으로 수도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동 경로에 있는 마을들의 추가 대피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렌시아에서는 별도의 소규모 산불로 지난 26일 주민 1명이 숨졌다. 이번 산불 사태로 확인된 민간인 사망자는 현재까지 이 1명이며, 프랑스에서는 지난 22일 보르도 인근에서 소방관 2명이 진화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전례 없는 폭염과 5월 이후 이어진 가뭄으로 숲이 극도로 건조해진 가운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항공기와 소방인력, 장비를 프랑스와 스페인에 지원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산불 같은 극한 기상현상이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