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히틀러 생가' 경찰서로 탈바꿈…'나치 성지순례' 차단

리모델링 공사 마치고 정식 개소…"과거사 교훈 지우는 작업" 비판도

독일 인근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인에 위치 아돌프 히틀러의 생가의 리모델링 이전 모습. 2016.10.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오스트리아 정부가 22일(현지시간)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생가 건물에 경찰서를 개소한다.

AFP통신,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북부 오버외스터라이히주 브라우나우암인에 있는 히틀러 생가는 이날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역 경찰서로 정식 개소할 예정이다.

지난 2023년 시작된 약 2000만 유로(약 340억 원)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 결과 건물의 노란색 외벽은 흰색으로 칠해졌고, 건물 현관 위에는 경찰서 표지판이 걸렸다.

건물 앞 인도에는 '평화,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는 파시즘이 없기를, 죽어간 수백만 명이 경고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남아 있다.

히틀러는 1889년 4월 20일 이 건물의 꼭대기 층 셋방에서 태어났다. 히틀러의 부모는 히틀러가 태어난 지 몇 달 뒤 이사했다.

1938년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나치 독일은 이 건물을 매입해 미술관과 도서관을 갖춘 문화센터를 설립했다. 나치 독일이 패망한 1945년에는 미군이 독일군의 건물 파괴 시도를 막아낸 뒤 강제수용소의 만행을 담은 사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히틀러 생가가 가진 상징성을 "중립화"하기 위해 건물 매입 결정을 내렸다.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결집을 막고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설치한 전문가위원회는 건물을 경찰서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 소속 올리버 라트콜프는 "경찰서가 들어서면 히틀러 숭배자들이 건물 앞에서 셀카를 찍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DW에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7월 29일마다 검은 옷을 입은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생일을 기념해 출생지 프레다피오에 모여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건물을 박물관 대신 경찰서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나치 독일이 등장한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대신 지워버린다는 이유다.

브라우나우암인에서 자란 전직 언론인 에블리네 돌은 DW와의 인터뷰에서 "인류 최대 대량살육자의 생가를 지속 가능하고 역사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으로 활용할 유일무이한 역사적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강제수용소 탈출자 단체 '오스트리아 마우트하우젠 위원회'의 로베르트 아이터 대변인은 "인류는 역사상 최악의 집단 살인마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리모델링으론 브라우나우를 찾는 네오나치 단 한 명도 막지 못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