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방장관 해임 항의 시위 닷새째…젤렌스키 위기(종합)
전쟁 이래 최장 시위…개혁파 페도로우 국방 해임 후폭풍 확산
시르스키 총사령관 교체 압박 고조…"젤렌스키, 후보 11명 검토"
- 유철종 전문위원,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김지완 기자 = 우크라이나에서 개혁 성향의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 해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20일(현지시간) 닷새째 이어지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중대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시위다.
AFP통신과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의 프랑코 광장에는 수백 명이 모여 임시로 만든 골판지 피켓을 두드리며 우크라이나 국가를 불렀다.
닷새째인 이날 시위 참가자는 18∼19일 이어진 러시아의 공격 여파로 다소 줄었다.
지난 16일 키이우 시위에는 약 2000명이 모였으며, 17일과 18일에는 참가자가 각각 약 1만명으로 늘었다. 19일에도 약 5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미콜라이우와 르비우 등 다른 도시에서도 닷새째 항의 시위가 열렸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16일 개각을 단행해 다수 장관을 유임했지만, 그 전날 내려진 페도로우 해임 결정은 유지했다.
페도로우(35)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 개혁을 추진해 온 젊은 개혁파로, 옛 소련식 군 지휘부를 대표하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60)과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디지털전환부 장관으로서 '드론 군대' 구축을 주장하며 드론 조달과 운용 확대를 추진했다. 올해 1월 국방장관에 취임한 뒤에는 복무계약제 개편 등 군 개혁에 나섰다.
지지자들은 페도로우가 드론 구매를 늘리고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을 차단해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전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반면 소련군에서 교육받은 시르스키는 돌격 보병과 포병을 중시하고, 상당한 병력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군사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중앙집권적 지휘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도로우는 해임 다음 날인 16일 기자회견에서 시르스키가 개혁 노력을 가로막고 부패를 용인하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의 해임을 요구하는 최후통첩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
시르스키는 20일 자신이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주장을 부인하며 전쟁 승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페도로우 전 장관과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페도로우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을 두 개인의 대립으로 축소하는 것은 우리가 적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위가 이어지는 동안 군 지휘부와 잇따라 회동하며 대책을 논의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을 이끌었던 예우헨니 흐마라에게 국방장관 직무대행을 맡겼으며, 필요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를 장관으로 공식 임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해임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르스키를 대체할 후보 11명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 미하일로 드라파티 우크라이나군 합동군사령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이 밖에 올레흐 아포스톨 공중강습군사령관과 볼로디미르 호르바튜크 총참모부 부참모장도 후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포스톨은 시르스키가 선호하는 인물인 반면, 드라파티는 페도로우 전 장관이 총사령관 후보로 추천한 인사다.
시르스키를 해임해야 한다는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인 솔로미야 보브로우스카는 시르스키의 후임자를 논의하는 회의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소속 정치분석가 아나톨리 옥티시우크는 시르스키가 "상황의 인질이 됐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르스키를 그 자리에 오래 두면 둘수록 사회적·정치적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브로우스카 의원도 "거리의 분위기가 점점 건강하지 않게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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