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력난에 수감자 입대 확대 추진…마약 밀수범도 허용"

러 정부, 하원에 관련 법안 제출…'바그너식 교도소 모집' 국방부가 승계

2023년 5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의 파괴된 건물 지붕에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병사들이 국기와 깃발을 흔들며 점령을 환호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심화하는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복무 계약 대상자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수감자뿐 아니라 형사사건 관련자까지 전쟁 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내용으로, 러시아의 병력 확보 움직임이 다시 강화되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영자신문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수감자와 형사 사건 관련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어도 군 복무 계약 체결을 제한받지 않는 범죄 목록이 늘어날 전망이다.

법안은 군 복무 계약이 제한되는 범죄 목록에서 마약·현금 밀수, 전략적 중요 물품 밀수, 범죄조직 가담, 국가기밀 공개 목적의 보호시설 불법 침입, 핵물질 절취·갈취, 불법 이주 알선, 국가기밀 문서 분실 등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형사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은 군 복무 계약이 제한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병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모집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는 앞서 2022년 11월 법률 개정을 통해 살인과 강도, 특수강도, 마약 불법 유통 등 상당수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도 동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와 테러·극단주의 범죄, 반역·간첩죄 등 일부 범죄 전과자는 계속 제외했다.

이어 2023년 6월에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수사 대상인 피의자도 국방부와 군 복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후 적용 대상을 재판 중인 피고인에게까지 확대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수년째 교도소 수감자를 전쟁 병력으로 충원해 왔다. 이 같은 관행은 민간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이 시작했으며, 이후 러시아 국방부가 직접 이어받았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병력 부족이 심화하자 2022년 7월부터 러시아 각지의 교도소를 돌며 수감자를 모집했다. 그는 전선에서 6개월간 복무하면 사면과 석방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고, 모집된 수감자들은 짧은 훈련을 거쳐 바그너 병력에 편입됐다.

수감자 출신 병력은 2022년 가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지역 전투에 대규모로 투입돼 소모적인 보병 돌격을 담당했다. 바그너그룹은 2023년 1월 솔레다르를 장악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감자 출신을 중심으로 막대한 인명 손실을 냈다.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교도소에서 모집한 수감자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된다. 바흐무트 전투에서 숨진 바그너 대원 약 1만9500명 가운데 약 1만7200명이 수감자 출신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고진은 바흐무트 전투가 한창이던 2023년 2월 수감자 모집 중단을 발표했다. 같은 해 6월 프리고진이 주도한 무장반란 사건 이후 바그너그룹이 사실상 해체·재편되자 러시아 국방부가 수감자 모집 관행을 직접 이어받았고, 수사·재판 중인 형사사건 당사자까지 군 복무 계약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모집 범위를 계속 확대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