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국방장관 해임 반대 시위 나흘째…군 개혁 갈등 분출
"일요일에도 키이우에 5000명 집결"…페도로우 전 국방 재임명 요구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전시 상황인 우크라이나에서 이례적으로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의 해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19일(현지시간)까지 나흘째 이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반 국민과 군 내부에서 인기가 높은 개혁파 인사인 페도로우를 취임 6개월 만에 경질하자, 해임 결정이 알려진 지난 16일부터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통신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이날 키이우에서는 시민 5000여명이 도심 프랑코 광장 일대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앞선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페도로우 해임에 반대하면서, 페도로우와 갈등설이 불거진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페도로우!",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우크라이나 국가를 불렀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광장과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도 통제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시위는 하르키우와 드니프로, 미콜라이우,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의 다른 도시에서도 열렸다.
페도로우 전 장관 지지 시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기로 한 결정이 알려진 지난 16일부터 키이우와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다.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지난 16일 키이우 시위에는 약 2000명이 모였으며, 17일과 18일에는 참가자가 각각 약 1만명으로 불어났다.
이번 시위 사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의회의 내각 개편 과정에서 불거졌다.
우크라이나 의회 최고라다는 지난 14일 율리야 스비리덴코 총리와 전체 내각의 사임안을 가결한 데 이어, 16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천거를 받은 국영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스 최고경영자(CEO) 세르히 코레츠키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다수 장관은 유임됐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각 총사퇴 이튿날 결정한 페도로우 장관의 해임을 번복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페도로우가 시르스키 총사령관과 전쟁 수행 방식을 놓고 큰 견해차를 보였고, 국가 조달 문제에서도 총참모부와 원활하게 조율하지 못한 것이 교체 배경이라고 전했다.
페도로우(35)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 개혁을 추진해 온 젊은 개혁파로, 옛 소련식 군 지휘부를 대표하는 시르스키 총사령관(60)과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운 뒤 28세에 역대 최연소 장관으로 입각한 페도로우는 디지털전환부 장관으로 국가 행정의 디지털화를 주도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드론 군대' 구축을 주장하며 드론 조달과 운용 확대를 추진했다.
지지자들은 페도로우가 드론 구매를 늘리고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을 차단해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세운 전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페도로우는 올해 1월 국방장관에 취임한 뒤 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르스키 총사령관과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페도로우는 드론과 데이터에 기반한 군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약 100만명 규모의 우크라이나군에 적용되는 복무계약 제도 개편과 보병 급여 인상을 추진했다. 또 병력 희생을 줄이고 장기간 복무한 동원병을 전역시키는 방안도 밀어 붙였다.
반면 소련군에서 교육받은 시르스키는 돌격 보병과 포병을 중시하면서, 상당한 병력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군사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중앙집권적 지휘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우를 경질하고 시르스키를 유임하는 선택을 했다. 이에 페도로우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과 군 관계자, 시민들은 군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페도로우도 해임된 다음날인 16일 기자회견에서 시르스키가 개혁 노력을 가로막고 부패를 용인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적을 비대칭적으로, 최소한의 손실로 물리치고자 한다면 (시르스키) 군 총사령관과 (안드리 흐나토우) 총참모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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