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 위원장 "가정폭력법, 남성 결혼 기피 조장" 발언 논란
"입법 되면 10가정 중 10가정 이혼"…법안 10년 넘게 표류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에서 '가정폭력예방법' 입법이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이 법이 남성의 결혼 기피 현상을 조장할 수 있다는 하원 가족보호 위원장의 발언에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지역 온라인 뉴스 통신사 '모스크바'에 따르면 니나 오스타니나 국가두마(하원) 가족보호·부성·모성·아동문제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가정폭력예방법에 대해 "이 법이 채택되면 젊은이들이 결혼하겠나. 오히려 두려워할 것"이라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
그는 "때로 충동적인 여성들 진술에 근거해 집에서 아내에게 하는 어떤 접촉도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침해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타니나 위원장은 가정폭력예방법 발의자들이 먼저 '이 법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는 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이혼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금도 심각한 러시아의 이혼 문제를 거론하며 "현재 열 가정 중 여덟 가정이 이혼하고 있다. 가정폭력예방법이 채택될 경우 열 가정 모두가 이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법률에도 신체적 폭행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미 규정돼 있으며, 그것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는 관계가 없다면서 가정 내 폭력을 다룰 별도의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선 이미 10년 넘게 가정폭력예방법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2024년 하원 원내 교섭단체 '새로운 사람들'이 주도해 해당 법안을 심의에 부치려 했지만 정부가 부정적 의견을 펴 무산됐다.
지난 19일에는 '새로운 사람들' 소속 크세니야 고랴체바 의원이 친지 및 친족 대상 폭행에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새 법안에 대한 정부 의견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가정폭력예방법 입법이 진척을 보지 못하는 것은 '가정 내 폭력을 별도 사회문제로 보고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족 내부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며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 정치권과 러시아 정교회가 가족 문제에 대한 지나친 외부 개입, 전통적 가족관 파괴 위험 등을 이유로 입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사회의 담론이 전통적 가치와 가족 수호, 반서방 쪽으로 기울면서 가정폭력예방법이 서방식 가족 해체 경향을 러시아로 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해져 입법 논의가 더욱 위축됐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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