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갈등에 폴란드 對우크라 군사지원 차질…미그기 이전 중단
"우크라의 폴란드인 학살 무장조직 재소환이 발단"…젤렌스키 훈장 박탈 제안도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 과거사 문제로 불거진 양국 갈등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군사지원 차질로 까지 번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자국군 부대에 2차 대전 시기 폴란드인을 대량 학살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조직의 명칭을 명예 칭호로 부여하면서 생긴 불화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라파우 레스키에비치 폴란드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 부대에 'UPA(우크라이나반란군)의 영웅들'이란 명예 칭호를 부여한 결정을 바꾸도록 며칠의 시간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에 며칠의 시간을 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해당 부대가 'UPA의 영웅들'이란 명칭을 달지 않도록 할 시간이 있다"고 앞선 조치의 번복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폴란드 요구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반응은 없다고 폴란드 당국자는 전했다.
양국 갈등은 앞서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산하 특수작전센터 '북부'에 영토를 지키는 데 큰 전공을 세웠다면서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하면서 불거졌다.
UPA는 2차대전 당시 소련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조직이다. UPA 부대는 1943∼1945년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목표로 나치에 협력하면서 자국 서부 볼히니아와 갈리치아 지역의 폴란드계 주민들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을 포함한 폴란드인 약 1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폴란드 의회는 2016년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하고, 2025년에는 가장 큰 희생이 있었던 1943년 7월 11일 학살 사건을 기려 이날을 국가 추모일로 지정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일각에서는 UPA를 반소 독립투쟁 세력으로 평가하며 영웅시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부대에 UPA 칭호를 부여한 것이 폴란드인들의 민족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UPA의 도적들에게 경의를 표함으로써 희생된 모든 폴란드인을 모욕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바르샤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된 폴란드 최고 국가훈장인 '백수리훈장'을 박탈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양국의 과거사 갈등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군사지원 차질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지원국 중 하나로, 군사 장비와 탄약·무기 등을 광범위하게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까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이전하기로 약속한 옛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 인도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올해 초 폴란드 정부는 교체 시기가 된 MiG-29 전투기 9대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한 바 있다.
폴란드는 지난 2023년 초 MiG-29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하며, 개전 후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한 첫 번째 국가가 됐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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