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럽 공격적 대러정책, 국제안보 훼손…中·러 모범적 관계"
"국제질서 패권체제서 다극체제로 이행…주권 경쟁도 치열해져"
"서방, 제재로 WTO 체제 무력화…러 재정적자 주요국보다 훨씬 낮아"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관료 집단의 공격적인 대러 정책이 근시안적이며, 유럽의 세계 경제 내 입지를 약화시킬뿐 아니라 글로벌 안보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강하게 비판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전체 회의에서 연설하며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대한 응징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및 축소, 유럽 내 러시아 자산 동결, 대러 경제 협력 중단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공격적인 수사를 동반한 유럽 관료 집단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정책은 유럽의 세계 경제 내 지위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및 글로벌 안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강력한 대러 제재 조치가 유럽 자체 경제를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의 정치 엘리트들이 사실상 혼란을 조장하면서 더 많은 국가를 그 속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오늘날 세계 불안정성의 근원은 '수직적 모델'에서 '다극적 세계 질서'로 이행하는 데 있다"면서 국제질서가 미국 중심의 패권적 단극 체제에서 중국, 러시아, 중동, 글로벌 사우스 등이 다같이 목소리를 내는 다극 체제로 이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의 주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면서 "주권은 단순히 외부 압력에 맞서고 국가 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와 경제·사회의 질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대결적인 대러 정책에 비해 중국은 러시아와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상호 의무를 존중하는 파트너들과만 협력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경험은 수년에 걸쳐 축적돼 왔으며, 특히 러시아의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입증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협력은 첨단기술, 운송, 기계공업, 그리고 에너지 분야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 무역체계도 더 이상 서방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수출 비중 증가가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브릭스의 세계 상품 무역 비중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브릭스 회원국들은 전 세계 수출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고, 이 비중은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BRICS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주축으로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어 서방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 이념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다 신흥국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제재를 동원함으로써 WTO 체제를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4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25년 EU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1% 수준이며 프랑스는 5.1%, 미국은 5.9%에 달했지만 러시아는 2.6%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올해 말까지 우리의 적자가 다소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다른 주요 선진 공업국들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SPIEF 전체 회의에서 45분 동안 연설하며 국제 정치 및 경제 현황, 러시아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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