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경제 책사 "러시아 성장 동력 소진…새 경제모델 필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서 공개 경고
"노동생산성, 설비가동률·고용 수준 못 따라가"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게르만 그레프 스베르방크 회장이 러시아 경제의 전통적 성장 동력이 거의 소진됐다고 공개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시 경제 체제로 버텨온 러시아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천연자원과 재정지출에 기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 스베르방크의 그레프 회장은 5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기간 중 열린 스베르방크 주최 비즈니스 조찬 행사에서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언급했다.
그레프 회장은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생산설비 가동률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노동생산성은 아직 이러한 요인들에 맞출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이고 관성적인 경제성장 요인들은 이제 고갈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진전시켜 온 여러 예비자원들은 오늘날 대부분 소진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석유·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시 경제 체제로 붕괴 위기는 넘겼지만,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러시아 경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했다. 그러나 외화 유출 통제 등 금융 안정 조치와 전쟁 수행을 위한 대규모 재정 지출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전시 활황'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 지출을 떠받치던 석유·가스 수출 수입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군사비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러시아의 재정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올해 1~4월 재정적자는 연간 목표치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5조 9000억 루블,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시 지출에 활용하는 국부펀드도 전쟁 전과 비교해 약 60% 줄었다.
올해 1분기 러시아 경제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4%로 낮췄다.
그레프 회장은 현재 러시아 경제가 고금리, 세 부담 증가, 루블화 강세, 행정 규제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러시아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미래 경제성장 모델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정부가 그 모델이 투자 공백 없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레프 회장은 러시아 경제의 긍정적 요인도 언급했다.
그는 "좋은 소식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자원이 있다는 점"이라며 "무엇보다 기술 개발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적 자원, 즉 인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러시아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분명히 AI 선도 그룹에 속해 있다"며 "이 그룹에 포함되는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는 확실히 상위 5개국 안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그레프 회장은 푸틴 정권 1·2기인 2000~2007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부터 스베르방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러시아 경제의 디지털화와 시장 개혁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경제관료 출신 금융인으로, 러시아 안팎에서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cj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