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에 강제노동 근절 소홀 이유로 관세?…오히려 역효과"
무역·인권 전문가 "강제 노동은 관세 핑계"·"EU가 美보다 규제 강력"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이 강제 노동 근절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역·인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만연한 아동 노동, 강제 노동 등의 고용 관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선적 심사 플랫폼 '퍼블리칸'(Pablican)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람 벤 치온은 "이 새로운 조치의 본질은 강제 노동과는 거의 또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는 단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새로운 명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U의 강제 노동 근절 조치가 미국보다 강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상업회의소(ICC)의 앤드루 윌슨 부사무총장은 EU의 강제 노동 근절 제도가 "수입품, EU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그리고 EU에서 수출되는 제품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더 광범위한 시장에 적용될 수 있다"며 결국 미국의 조치보다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워크 프리'(Walk Free)는 미국이 현대적 노예 상태에 처한 인구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국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상황에서 강제 노동을 명분으로 한 관세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기업 책임 담당자인 엘렌 드 랑제르브는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정치적 저항을 더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강제 노동 근절이라는 목표에 역효과를 낼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을 포함한 60개 교역국이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수입을 막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아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율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관세율은 국가별 대응 수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뉜다. 캐나다·유럽연합(EU)·멕시코·인도네시아 등 6개 경제권은 관련 제도를 일부 갖췄지만 집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10%의 추가 관세가 제안됐다.
반면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영국·호주·대만 등 나머지 54개 경제권에 대해선 국내법상 강제 노동은 금지하지만,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외국 물품의 수입을 원천 금지하는 법적 장치가 없다며 더 높은 12.5%의 관세율 적용 대상으로 분류됐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은 2760만 명으로, 지난 2016년보다 약 270만 명 증가했다. 민간 경제에서의 강제 노동은 절반 이상이 제조업, 건설업, 농업 및 어업, 광업 등 수출 관련 분야에서 발생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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