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러·우크라 협상 중재할 수도"…신임 머저르 총리 제안

"강제력 있는 국제적 보장 필요…공허한 구호만으론 도움 안돼"

헝가리의 머저르 페테르 총리. 2026.02.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을 중재할 수 있다고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총리가 3일(현지시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머저르 총리는 이날 "이 문제(평화협상 문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헝가리가 아니라 주요 강대국들"이라면서도 "우리는 외교적·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으며, 헝가리는 협상 장소가 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집권한 머저르 총리의 전임자인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도 수개월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헝가리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오르반 전 총리는 유럽 내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성향 지도자로 평가받아 왔다. 반면 머저르 총리는 보다 친유럽 성향의 노선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펼쳤으며, 러시아에 대해서는 한층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머저르 총리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모든 것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영토 일부를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따라서 우크라이나에는 실질적이고 강제력이 있는 국제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수 있는 안전보장이 1994년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와 같은 결과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정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보유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각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우크라이나는 이 각서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1996년까지 보유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하지만 각서 서명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데 이어, 2022년 전면 침공전을 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통합성 보장 약속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머저르 총리는 "1994년에도 유명한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미국과 주요 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 보전을 보장했었지만 이러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공허한 구호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이 4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평화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이 중재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도 지난 2월 말 터진 이란 전쟁과 중동 사태로 기약없이 멈춘 상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도 평화협상 재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종전 조건과 관련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 중인 도네츠크·루한스크(돈바스 지역)의 나머지 영토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