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역 맡자" "우크라 옆에 서야"…'푸틴 특사' 놓고 유럽 균열

EU 외교장관회의서 특사 임명 여부 이견…메르켈 前총리 등 후보 거명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5.10.13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특사를 물색 중이지만 좀처럼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유럽이 할 일은 중재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28일(현지시간) AFP·dpa통신,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특사 문제가 전날부터 키프로스에서 열리고 있는 비공식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회원국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회원국 장관들은 특사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아테 마이늘라이징거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EU가 자체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협상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역할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압박이라는 견해도 많았다.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EU의 역할은 중립적인 중재자가 아니라 EU와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적극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지난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중재가 중단되자 유럽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 직접 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유럽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서서 러시아를 상대할 유럽 특사 임명을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2018.10.27ⓒ AFP=뉴스1

푸틴 대통령을 직접 상대할 특사로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다만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독일 등 주요 회원국들은 당장 특사를 임명하기보다는 러시아와 실제 협상을 한다면 어떤 내용을 무슨 방식으로 논의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먼저 수립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스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는 우리가 대화 상대를 논의하도록 유도하며 벌써 누가 적합한지 아닌지 골라내고 있다"며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그와 친분이 두터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대화 상대로 지목한 바 있다. EU는 슈뢰더의 친러시아 성향을 이유로 푸틴의 제안을 거부했다.

러시아는 이번 주 들어 극초음속 오레시니크 미사일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공습을 강화했다. 한 EU 관계자는 "당신을 죽이려 드는 쪽과 대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특사 논의와 동시에 대러 추가 제재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28일 이어지는 외교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금융·방산 부문을 겨냥한 21번째 제재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은 내달 중순 EU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로 오른다. 다가오는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 러시아 간 대화 재개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