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그린란드 위협에…옆나라 아이슬란드, EU 가입 검토
"이르면 여름 협상 개시 여부 묻는 국민투표 실시…박빙 전망"
"북대서양 한가운데, 북극으로 가는 관문…EU로서도 매력적"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동요한 아이슬란드가 유럽연합(EU)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이르면 올여름 EU 가입을 위한 탐색적 협상 개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초기 여론조사에선 국민투표 결과는 박빙이 될 전망이다.
절차는 수년이 걸릴 수 있으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실질적인 변화를 시사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근래 몇 달 동안 아이슬란드의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인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하자 아이슬란드 내에서도 위기감이 확산됐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2월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집무실에서 "그린란드 사태는 분명히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일단 미국이 더 이상 믿을 만한 동맹국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EU 가입론에 힘을 싣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많은 아이슬란드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슬란드를 그린란드와 혼동하자 경악했고, 아이슬란드가 미국의 "52번째 주가 될 것"이라고 농담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빌리 롱 신임 미국 대사 내정자에 분노했다. 롱 대사 지명자는 즉시 사과했다.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군대가 없는 국가로, 미국에 국방을 의존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비프로스트 대학교의 에이리쿠르 베르그만 정치학 교수는 "사람들은 어느 한 쪽 편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있다"며 "그리고 실제 선택할 수 있는 편은 하나뿐"이라고 평했다.
나아가 아이슬란드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EU 가입과 유로화 도입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현재 물가상승률은 약 5.2%로 EU 평균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EU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붙는 세금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비싼 측면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EU로서도 아이슬란드가 매력적인 가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 한가운데, 북극으로 가는 관문에 자리 잡고 있다. EU 회원국이 되면 강대국이 패권을 다투는 이곳에서 EU에 중요한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부유한 국가이며, 성평등이나 기대 수명과 같은 지표에서 EU 평균을 능가한다.
수도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사는 수영 코치 마그누스 트리그바손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아이슬란드의 EU 가입은 주요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이라며 어차피 협상은 구속력이 없으니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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