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 빠진 호르무즈 개방 계획 수립 중…종전 후 해협 정상화 목표"

WSJ 보도…"英·佛 주도 적대 행위 종료 후 해군 함정 파견 추진"

호르무즈 해협 지도 일러스트. 2026.03.2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유럽 국가들이 기뢰제거함 등 군함을 파견해 종전 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재개하기 위한 국가 연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이 계획은 전쟁이 끝난 뒤 시행될 예정으로, 미국은 논의에서 빠진 상태다.

WSJ에 따르면 계획은 먼저 현재 해협에 갇혀 있는 수백 척의 선박이 떠날 수 있도록 물류 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후 대규모 기뢰 제거 작전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선박이 해협의 더 넓은 구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최종 목표는 호위함과 구축함을 동원해 정기적인 선박 호송·감시를 제공하며 해운사들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해군력이 필요할지는 현 단계에서 불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WSJ는 독일의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독일이 이번 계획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이 이르면 16일 자국의 기여 방안을 상세히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재정 동원력이 높고, 기뢰제거함 등 군사 자산을 보유한 독일의 참여는 이번 임무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실질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WSJ는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를 논의하기 위해 수십 개국이 참여하는 화상 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다. 당국자들은 다만 미국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WSJ에 전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이 계획이 미국, 이스라엘, 이란 등 교전 당사국을 포함하지 않는 국제적인 방어 임무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뮌헨안보회의에서 만난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부터)와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026.02.13. ⓒ 로이터=뉴스1

그러나 계획을 실제 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가 언급하는 임무는 안정이 회복되고 적대 행위가 중단된 후에야 배치될 수 있다"며, 국가 연합이 이란과 오만 등 해협 인접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의 승인 없이는 계획이 실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을 주도하는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조율해야 할 차이점이 존재한다.

프랑스 외교관들은 미국의 개입이 이란 측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영국 당국자들은 미국을 제외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분노케 하고 작전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일 역시 해외 파병을 규제하는 엄격한 헌법적 제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선 서방의 군사적 존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라시아 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유럽 담당 책임자는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는 호송 체계나 수송단이 필요할 것"이라며 "보험사와 해운사들이 그러한 보호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에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 동맹국에 군함 파병을 요구해 왔으나, 영국과 프랑스는 무력 개방이 '비현실적'이라며 이를 거절하고 종전 이후를 위한 다국적 논의를 주도해 왔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휴전 협상 결렬 이후 실시한 해협 '역봉쇄' 조치에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