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에너지난 장기화 대비…'연료 배급제' 카드까지 만지작

중동 전쟁 장기화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공급망 마비 공포
항공유·경유부터 가격 폭등…'장기 고통' 경고등 켜졌다

유럽연합기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장기적인 에너지 충격에 대비해 연료 배급제라는 초강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이 현재 에너지 위기를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비상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FT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는 장기화할 것이며 에너지 가격은 매우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항공유나 경유 같은 일부 핵심 품목의 경우 몇 주 안에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이번 위기는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이미 유럽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개전 한 달여 만에 EU 화석연료 수입액은 140억 유로(약 24조 원) 급증했다.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아직 그 단계는 아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연료 배급제 시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도한 미국산 항공유 수입을 늘리기 위해 EU의 엄격한 결빙점 기준(영하 47도)을 미국 기준(영하 40도)에 맞춰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U는 이미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면 추가 방출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내일 당장 평화가 찾아온다고 해도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 기반 시설 때문에 그 여파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EU는 시민들에게 재택근무 확대와 대중교통 이용, 차량 속도 제한 등 에너지 소비를 줄여 달라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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